[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새 유격수 잰더 보가츠는 카리브해 남쪽의 작은 섬 아루바 출신이다. 네덜란드령인 이 땅은 건조하고 연중 기온 차가 거의 없는 해양성 기후 지역으로 분류된다.
보가츠는 샌디에이고의 기후가 고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파드리스 이적을 꿈꿨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지역 유력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7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는 보가츠가 오랫동안 이상적인 홈으로 꿈꾼 곳이다. 그가 처음으로 올스타전을 치른 곳이 펫코파크였는데, 당시 꽤 유쾌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기후가 아루바와 비슷한다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파드리스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펫코파크에서 올스타전이 열린 건 2016년이다. 샌디에이고에 처음 온 보가츠는 첫 올스타전이 재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후가 고향과 비슷하다는데서 큰 인상을 받았다.
언젠가는 FA가 돼 샌디에이고로 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19년 샌디에이고가 거물급 유망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면서 '그 꿈'을 포기해야 했다. 타티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뜨거운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며 단숨에 최정상급 타자로 올라섰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타티스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날, 보가츠는 보스턴에 좀더 머무르기로 결심했다.
보가츠는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개막전을 마치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숙소로 불러 보스턴과 연장계약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해 말 FA가 될 수 있었지만, 샌디에이고로 못 갈 바에야 보스턴과 장기계약을 해 편하게 선수생활을 하자는 판단이었다. 며칠 뒤 보스턴은 보가츠와 6년 1억2000마달러에 연장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에는 1200만달러에 이미 계약을 해 2020년부터 발효되는 계약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보라스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 계약 3시즌 후 옵트아웃 조항을 넣자는 것. 이게 결국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지난해가 계약 세 번째 시즌이었고, 보가츠는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7, 15홈런, 73타점, 84득점, OPS 0.833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며 자신있게 옵트아웃을 행사했다.
보가츠는 "당시에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정확히 몰랐다. 내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다. 좋은 선수인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위치의 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 보스턴에서 좋은 코치와 선수들을 만난 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샌디에이고가 연락할 줄 몰랐다. 조금 놀랐다. 샌디에이고는 우승 멘탈과 경험을 가진 선수를 원하고 있었다. 길게 보고 가야 하는 것이지만, 매우 가치있다고 생각했다"며 샌디에이고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가 지난해 12월 11년 2억8000만달러(약 3650억원)에 보가츠와 FA 계약을 했을 때, '잉여 전력'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미 유격수 자리에는 수비가 뛰어난 김하성과 곧 복귀하는 거포 타티스 주니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보가츠 영입을 무조건 추진했다. 김하성과 타티스의 포지션 조정은 그 다음 문제였다.
프렐러 단장은 "우리 구단은 보가츠에만 집중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팀에 딱 맞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 꼭 필요한 전력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보가츠가 들어오면서 김하성은 2루로 옮겼고, 타티스는 외야로 전향하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