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배우 김혜수가 조우진의 연기에 극찬을 쏟아냈다.
23일 유튜브 채널 'by PDC'에는 '지금의 김혜수를 만든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게재됐다.
김혜수는 최근 작품 활동을 쉬고 있는 송윤아에게 "얼굴을 사적으로 보는 건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거고,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보고 싶다"며 "부담 주거나 독촉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송윤아는 "내 인생 통틀어 손꼽히는 최고의 칭찬"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김혜수는 2016년 송윤아가 출연했던 tvN 드라마 'THE K2'를 언급하며 "그냥 클로즈업으로 연기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갑자기 송윤아가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해?'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아는 송윤아인데 난 저 얼굴이 하는 무언가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게 내가 누굴 좋아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니다. 내가 그걸 느낀 게 옛날에 호주 출신 유명 배우 케이트 블란쳇 영화를 보면서 '이 배우가 연기하는 걸 너무 보고 싶어. 이 사람이 하는 걸 다 찾아봐야지'라고 결심한 적이 있다. 물론 다 못 찾아봤지만, 틸다 스윈튼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김해숙 선배님도 똑같다. 얼굴도 알고, 연기도 많이 봤고, 직접 같이 한 적도 있다. 근데 이번에 '슈룹' 하면서 내가 같이하는 배우의 눈인데 단 한 순간도 눈 깜빡이는 게 아까울 정도로 보고 싶었다. 그런 욕망을 주는 배우인 거다. 자기도 그게 있다"고 전했다.
또 김혜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함께 출연했던 조우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우진은 너무 연기를 잘하고 진중하고 점잖다. 연기를 하는데 매번 이 사람은 진짜를 한다"며 "지금 내 얼굴 찍는 카메라가 저기에 2대가 있는데 내가 집중해서 찍다 보면 '저 카메라가 우진 씨를 찍어야 되는데 이 연기를 나만 봤어!' 싶을 때가 있다. 이 사람은 의도가 없다. 그냥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근데 나 혼자만 보기가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조우진이 연기 모니터할 때 나는 이 사람이 배우로 너무 좋아서 훌륭한 배우 어깨라도 주물러주고 싶은데 모니터 보는데 혹시라도 (감정에) 거슬리거나 깨질까 봐 그걸 참으면서 주머니에 손 넣고 있었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그 정도로 멋진 배우였다. 그런 배우 만날 때가 너무 좋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송윤아도 "조우진은 그런 배우가 맞다"며 격하게 공감했다.
한편 이날 김혜수는 작품을 잘 고르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솔직히 김혜수가 작품을 그나마 잘 본다고 하는 건 최근이다"라며 자신에게 딱 맞는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이 길었다고 털어놨다. 30대 때는 혼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는 그는 "충무로에서 나름 똘똘하다고 하고 똘똘한 척은 하지만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는 배우가 김혜수였다"며 "시나리오 보는 눈이라는 건 내가 좋은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는 베이스를 갖추는데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였느냐가 출발인 거 같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어 "난 그 베이스가 없었다. 실력도 안 됐고 이를테면 일찍 시작해서 연기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많이 소모가 됐기 때문에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내가 필요하지 않았다. 나보다 새롭고 잘하는 사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난 늘 뭔가가 애매한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뛰어넘는 배우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영화 '타짜'를 만나기 전까지는 대부분 나한테 들어온 작품들은 로맨틱 코미디 혹은 코미디, 가끔 난데없이 에로였다. 내가 그런 장르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업계에서 배우로서 날 바라보는 시각, 객관적으로 검증된 나의 역량이 어떤 건지 명징하게 보였다"며 "물론 그때도 광고도 많이 하고, 주인공도 했다. 근데 내 배우로서의 자의식에 어떠한 건강한 기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나 영화부 기자들, 진짜 평론가들의 김혜수라는 배우에 대한 리뷰를 보면 상처받기 전에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은 너무나 정확하다. 어떨 때는 '나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나한테만 박하지?'라는 생각도 했다"며 "근데 모든 일이 그렇다. 우리 일은 특히나. 아무도 모른다. 힘들고 가슴 아픈 순간은 본인만 아는 거다. 근데 그걸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고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서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아무리 준비해도 평생 안 올 수도 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난 운은 좋은 거 같다. 근데 끊임없이 노력은 한 거 같다"고 전했다.
약 30년간 '청룡의 여신'으로 청룡영화상의 진행을 맡아온 김혜수는 "당시 내가 영화제에 초대를 받는 일은 없었다. 근데 우리나라 지금 영화계의 현주소가 무엇이고,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누가 잘했고, 어떤 배우와 어떤 감독이 잘했는지 그걸 알고 싶은 게 제일 컸다. 그래서 MC를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는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며 "그런 것들이 되게 많이 자극이 됐고,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또 김혜수는 "영화제가 단지 연말 행사로 드레스 뽐내고 배우들과 한자리에 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 올 한해를 이끌어간 영화계의 인사들을 내가 배우의 자격이 아닌 MC의 자격으로 보는 거다.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때였는데 그날도 진행을 해야했다. 마음은 먹었지만 매번 영화제 갈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이상했다. 씁쓸한 거였다. 그때는 김혜수 드레스 기사가 나가는 것도 더 싫었다. 난 배우의 자격으로 초대받아서 간 게 아닌데 내 속도 모르고"라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내가 스스로 좀 조심하는 건 그때 느낀 중요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그런 게 나한테는 동력인 거다.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것도 운이 좋은 거다. 웃으면서 얘기해도 되는 거니까. 이게 몇 년 전만 해도 나한테는 늘 혼자서만 사무치는 거였다"며 "그런 게 다 있는데 티 안 내도 된다. 혼자만 알고 있고 웃는 거다. 웃지만 어금니 꾹 깨물고 무언가를 더 하면 된다. 사람은 아는 만큼 똑똑하고 하는 만큼 되는 거다. 일이란 건 대부분 공부랑 비슷한 거 같다.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면 모든 상황이 나한테 죽을 때까지 불리하지만은 않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