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클린스만호가 데뷔전 승리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4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친선 경기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멀티골을 터트렸지만,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데뷔전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완벽한 경기력을 펼쳤지만, 후반 아쉬운 경기력으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27일 파울루 벤투 전 감독에 이어 새롭게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4승3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첫 경기인만큼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한 클린스만 감독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비슷한 형태의 라인업을 꺼냈다. 4-2-3-1이었다. 일단 조규성(전북 현대)이 최전방에 섰다. 2선에는 손흥민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가 자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여러차례 언급했던 '골든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은 벤치였다.
이강인을 벤치에 앉힌 이유, '센트럴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2선 중앙에 뒀다. 사실상 프리롤이었다. 손흥민은 2선과 최전방을 오갔다. 벤투 시절에도 '센트럴손'은 종종 활용된 전술이지만, 경기장 전체를 오가는 플레이메이커라기 보다는 공격수에 더 가까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좌우에는 이재성과 정우영이 섰는데, 왼발의 이재성을 오른쪽, 오른발의 정우영을 왼쪽에 둔 '반대발 형태'가 눈에 띄었다.
3선에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정우영(알사드)이 섰다. 포백은 김진수(전북 현대) 김영권(울산 현대) 김민재(나폴리) 김태환(울산 현대)이 이뤘다. 골문은 김승규(알 샤밥)이 지켰다.
형태는 이전과 동일했지만, 디테일에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손흥민의 속도가 더 살아난 모습이었다. 조규성의 움직임으로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달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고, 뒤에서 날아오는 패스도 보다 직선적이었다. 반대발 윙어들이 중앙으로 넣어주고, 황인범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패스 줄기가 빨랐다. 왼쪽의 정우영이 역습시 함께 속도를 높였고, 이재성은 밸런스를 유지했다. 대각선으로 파고드는 움직임도 좋았다. 상대의 부진도 한 몫을 했지만, 공격적으로는 한층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수비시에는 손흥민과 조규성이 투톱으로 자리해 4-4-2 두줄 수비로 운영했다. 김민재의 무게감으로 수비는 안정감이 더해졌다.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한국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10분 상대 수비 실책을 틈타 손흥민이 강력한 중거리포를 날렸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그대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클린스만호의 첫 득점이었다.
콜롬비아는 전반 19분 카라스칼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보레가 헤더로 연결한게 전반 유일한 위협이었다.
한국은 23분 김진수가 허리부상으로 이기제(수원 삼성)와 교체되는 변수가 있었지만 손흥민을 중심으로 시종 공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26분 정우영이 얻은 프리킥을 손흥민이 찼지만 살짝 골대를 벗어났다. 29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돌파하며 내준 볼을 정우영이 접고 때렸지만 수비 맞고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38분에는 황인범의 스루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걸려 넘어졌다.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골대 밖이었다. 이기제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시종 날카로운 킥 감각을 자랑하던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한골을 더 추가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도 작성했다. 통산 5번째 프리킥골로 '왼발의 달인' 하석주 아주대학교 감독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프리킥골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 A매치 최다 득점 3위(37골)에 등극했다. 손흥민은 콜롬비아전 3경기 연속골 포함, 5골이라는 '양봉업자'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골을 허용했다. 후반 1분 발로예스가 김민재와의 경합을 이겨내며 오른쪽에서 컷백으로 내준 볼을 하메스가 뛰어들며 왼발로 마무리했다. 3분 뒤 동점골을 허용했다. 무뇨스가 오른쪽을 돌파하며 컷백으로 연결한 볼을, 카라스칼이 뛰어들며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한국도 반격에 나섰다. 7분 정우영의 침투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돌파하며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떴다. 13분에는 황인범이 왼발 중거리슛을 때렸다. 15분 클린스만 감독이 변화를 줬다. 정우영 조규성이 빠지고 이강인과 오현규(셀틱)가 들어갔다. 이강인이 왼쪽에 섰고, 손흥민은 그대로 중앙을 유지했다. 23분 이재성 정우영이 나가고 나상호(서울) 손준호(산둥 타이산)이 들어갔다. 한국은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24분 하메스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보레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막판 한국은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43분 역습 상황에서 오현규가 기회를 잡았지만 왼발슈팅은 수비에 걸렸다. 막판 한국은 총공세에 나섰지만, 결국 경기는 2대2로 마무리됐다.
울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