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미국의 우승을 바라는 응원군 가운데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만큼 WBC를 관심깊게 보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하퍼는 당초 이번 WBC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는 바람에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대회가 시작된 이후 미국 주장 마이크 트라웃과 꾸준히 소통하며 대표팀 분위기를 간접 체험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5-7로 뒤진 8회초 트레이 터너의 극적인 만루홈런에 힘입어 9대7로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은 20일 오전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쿠바와 준결승을 벌이고 있다.
하퍼도 미국의 8강전을 TV로 지켜봤다. 경기가 마무리된 직후 하퍼는 스프링트레이닝 숙소에서 대역전승의 주인공이자 자신의 팀 동료인 터너와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하퍼는 20일 베이케어볼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 시범경기를 앞두고 MLB.com 등 현지 매체들을 만나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트라웃과 문제를 하는데 '이봐 우린 네가 그리워. 너는 여기 있어야 했어'라고 하더라"며 "그렇지만 마음 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선수들 때문이다. 꼭 우승하길 바라는데, 그들도 매우 기대하고 있고, 그건 멋진 일이다. 오늘 준결승에서 이겼으면 정말 좋겠다. 모레 마이애미에 결승을 보러 갈 거니까 말이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쿠바에 승리할 경우 22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멕시코의 준결승전 승자와 대망의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미국은 2017년에 이어 대회 2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C조 리그에서 멕시코에 패해 3승1패로 조 2위로 8강에 오른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는 혈전을 벌였다.
미국은 2점차로 뒤진 8회초 선두 팀 앤더슨의 볼넷, 대타 피트 알론소의 빗맞은 안타, JT 리얼무토의 사구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터너가 베네수엘라의 바뀐 투수 실비노 브라초의 한복판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론디포파크 좌측 외야석 중단에 떨어지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터너와 리얼무토는 하퍼의 필라델피아 동료들이다.
하퍼는 "필리스 선수들이 그렇게 대표팀서 활약한다는 게 뿌듯하다. 트레이부터 JT, (카일 슈와버)까지 대단한 WBC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WBC에 참가하는 선수라면 그게 누구라도 난 성공을 바란다. 그런데 그게 같은 팀 선수라면 더 멋진 일이다. 우리 유격수 트레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했다니 놀랍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자랑스럽다. USA를 가슴에 새기고 뛴다는 것? 그보다 멋진 일이 있을까. 트라웃와 문자를 했는데, '3년 뒤 우리가 선수들을 모아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일단 이번에 우승하라고 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그렇게 할 것 같다"며 2026년 WBC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