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국가대표 발탁은 그 일을 하라고 뽑아준 자리라고 생각한다. 또 그만한 능력이 되는 선수들이 뽑힌 것 아닌가."
일본전 콜드게임을 막은 1⅓이닝 무실점 역투. 하루 휴식 후 체코전 4⅔이닝 무실점 쾌투.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비극으로 끝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최고의 투수였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매체들도 한국의 또다른 에이스로 주목했을 정도다. 드러난 성적 뿐 아니라 잘 관리된 컨디션에서 뿜어져나오는 구위가 눈부셨다.
하지만 긴박한 일정 속 너무 무리한 투구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특히 이미 선발 등판이 유력한 선수를 일본전 막판 기용하고, 하루 휴식 뒤 그대로 등판시켰다는 이유로 이강철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투수 몇명 나오는지 보시라"고 간명하게 답한 바 있다. 박세웅의 의견이 궁금했다.
박세웅은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불펜에서 무려 50구를 던졌다. 박세웅은 "오늘 선발등판했다는 느낌으로 던졌다. 몸상태는 100%다. 일부러 투구수를 좀 많이 했다. 느낌도 좋았고 공도 괜찮았다. 투구 밸런스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체코전 이후 등판은 없었지만, 캐치볼은 꾸준히 했다고.
이른바 '혹사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무리한게 아니냐, 하루 쉬고 바로 선발은 무리 아니냐 하시는데…국가대표는 그러라고 뽑아준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거하라고 뽑아주신 거고, 우리가 그런 능력이 되는 선수라서 뽑힌 것 아닌가. 내가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체코전 선발에 대해서는 일본전 때 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박세웅은 "몇 구 정도에 끊으면 체코전 선발 가능할까? 하시길래 '그냥 괜찮습니다' 말씀드렸다. 또 감독님은 믿고 선발로 내주셨다"면서 "일본전을 실제 타자들 상대로 불펜피칭하듯이 한번 던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체코전에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등판이 선발이면 체코전 때 좀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전을 뛰어서 체코전에)훨씬 마음이 편했다"고 강조했다.
"WBC는 또한번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적이 아쉽다보니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죄송스럽다. 다음 대회 때는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내가 못 던지고 팀이 이기면 나 혼자 기분 나쁘면 되는데, 내가 잘 던지고 팀이 지면 진 거니까. 더 많은 사람이 기분좋은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날 현장관중은 4만 6000명이 넘었다고. 박세웅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진 거 같다. 솔직히 재미있었다. 좀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공을 던지는 계산도 잡힌 것 같다"고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