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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성처럼…' 생존 경쟁에 던져진 9년차 대졸 투수의 변신 [부산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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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때 뒷문을 책임지던 마무리 투수였다. 3번째 팀, 서른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롯데 자이언츠 문경찬(31)은 이번 시즌 투구폼을 대폭 손질했다. 투구 준비가 끝났을 때 완전히 2루 쪽을 바라보고 선다. 타석에선 문경찬의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말년의 구대성(전 한화 이글스) 마냥 완전히 타자를 등진 상태에서 투구가 시작된다.

변신의 포인트는 '간절함'이다. 2020년 NC 다이노스로, 2022년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지만, 그만큼 확고한 기반 없이 입지가 흔들리는 투수라는 증명이기도 하다.

지난해 38경기 40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5.80. 신인 시절(8경기)인 2015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젊은 투수들로 가득한 팀에서 어느덧 서른을 넘긴 나이. 중견 투수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입장이다.

여기에 올겨울엔 베테랑 보강까지 이뤄졌다. 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등 왕년의 가락을 갖춘 투수들이 대거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문경찬으로선 초조함을 느낄 법도 하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왼손 투수였던 구대성과 달리 문경찬은 돌아선 상태에서 1루 견제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절실했던 변신이다. 문경찬은 150㎞대 빠른 직구를 지닌 투수는 아니다. 묵직한 구위와 더불어 공을 숨기는 동작(디셉션)이 중요하다. 지켜보는게 어색할 만큼 생경한 투구폼으로 바꾼 이유다. 공을 던질 때는 팽이마냥 몸이 팽그르르 돈다. 타자를 보는 시간이 짧은 만큼 타게팅이 쉽지 않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일단 1차 합격은 받았다. 지난 13일 두산전, 15일 SSG전에서 모두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왕년의 마무리투수지만, 이제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문경찬은 올해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