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3일이었다. 연세대와 경기대는 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 4강전에서 격돌했다. 연세대가 1-0으로 앞선 전반 초반, 두 팀 모두 볼을 돌리며 공격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23분이 흐른 뒤에야 공격에 나섰다. 두 팀 모두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 경기는 동영상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팬들은 '비매너다', '스포츠맨십도 없다' 등의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렇다. 축구의 의미를 생각하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될 일이다. 축구 관계자들은 "양 팀 감독은 이번 일을 '전술'의 일부라고 말했다. 과했다. 어떻게든 상대 진영을 뚫고 들어갈 전술을 생각했어야 했다"고 쓴소리 했다. 다만, 일각에선 10일 동안 6경기나 하는 살인적인 일정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은 고개를 숙였다. 변석화 회장은 "축구 경기에서 승리가 중요한 것은 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스포츠맨십을 잃은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이것은 지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부터 잘못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 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학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두 팀에 연맹 주최의 1개 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상위기관인 대한축구협회에서 대학축구연맹의 징계가 적절한지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원회에서 관련 서류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 축구협회는 연세대-경기대 논란이 발생한 직후부터 대학축구연맹에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정치 싸움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있다. 시작점은 축구협회의 22세 이하(U-22) 규정이다. 대학 선수들이 2학년만 되면 중퇴를 하고, 3학년 이후에는 축구를 그만두는 등의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축구협회의 U-22 정책으로 대학 선수 '풀'이 줄어 근간을 흔든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축구지도자협의회는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개막을 앞두고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향한 비판까지 나왔다. U-22 정책은 정 회장이 중점적으로 지켜본 규정이다.
또한, 변 회장이 차기 축구협회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축구 현장에서는 "축구가 정치로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이 나온다.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진 일이 축구장을 넘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