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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뻘 '짐승'에게 배워라, 결승점이 된 실책 하나...햇볕을 피하는 기술[대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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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신성 외야수 김현준(21).

본격적인 풀시즌을 맞는 그는 캠프에서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공-수에 걸쳐 실력을 더욱 날카롭게 벼렸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시범경기 2차전에 앞서 만난 김현준은 자신감이 넘쳤다. "타격에서는 잘 하는 걸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맞는 히팅 면적을 늘리기 위해 짧고 강하게 때리는 훈련을 많이 했다. 정말 많이 쳤다"고 했다.

잘하는 외야 수비도 더욱 잘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수비를 하면서 미리 움직이는 연습을 하다 보니 조금씩 더 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첫발 스타트에 대해 "본능적인 부분도 있지만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며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고 타자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에 따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김현준은 "전후좌우 특별히 더 어렵게 느껴지는 코스는 없다"며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그는 리그에서 손 꼽히는 안정감 넘치는 중견수다. 하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다. 특히 약관의 3년 차 외야수라면 더욱 그렇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시범경기 2차전은 큰 깨우침을 준 경기였다.

강렬한 햇살 속 낮경기로 열린 경기. 외야에는 강한 바람까지 불었다. 예기치 못한 환경 속에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0-0으로 맞선 6회초 선두 타자 추신수가 친 타구가 좌중간으로 높게 솟구쳤다. 좌익수 피레라와 중견수 김현준이 점점 가까워지는 상황. 피렐라는 김현준에게 타구를 양보했다. 고글을 쓰고 있었지만 워낙 강렬한 햇살이 정면에서 시야를 방해했다. 아차 하는 순간 공을 지나쳤다. 바람을 탄 공이 중견수 쪽으로 살짝 휘면서 떨어졌고, 오버런된 김현준이 황급히 몸을 틀어 넘어지며 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를 맞고 튕긴 공이 뒤로 빠지고 말았다. 피렐라가 공을 주우러 펜스까지 가는 사이 타자주자는 3루에 안착. 무사 1루가 됐고, 결국 1사 후 에레디아의 빗맞은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삼성이 1대2로 패하면서 이 점수는 결승점이 되고 말았다.

김현준의 아쉬운 실책이 결정적 실점으로 연결됐던 순간. 고글을 뚫고 들어올 만큼 강한 햇살과 바람 탓이었지만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잡아야 할 타구였다.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이기에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렸던 장면.

김현준이 배워야 할 장면이 직전에 있었다.

5회말 삼성 공격. 선두 타자 강민호가 친 시속 160㎞ 강한 타구가 좌중간을 향했다. 홈런성 타구. SSG 중견수 김강민이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쫓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점프해 펜스 앞에서 낚아챘다. 강민호의 2루타를 지운 멋진 호수비. 김강민은 타구를 쫓아온 좌익수 에레디아에게 '고글을 껴도 햇빛 때문에 잘 안 보인다'는 제스처를 하며 웃었다. '짐승'이란 별명다운 본능적 움직임과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수비의 앙상블로 만들어낸 슈퍼캐치였다.

반면, 글러브로 햇볕을 가리지 않고 타구를 쫓아간 김현준은 순간적으로 타구를 놓치며 뼈 아픈 실수를 범했다. 무려 스무살 차이 나는 삼촌벌 중견수. 향후 국가대표 외야수로 활약할 전도유망한 외야수로선 비록 상대 팀이지만 반드시 배워야 할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