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천하의 이정후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일본전을 코앞에 두고 국가대표 선배에게 전화를 했었다.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을 이뤘을 때 핵심멤버였다. 투지를 불태우며 치고 달렸던 그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용규는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이번 WBC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밝혔다. 이용규는 "나도 2017년에 떨어지는 경험을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많이 응원했는데 모든 스포츠는 결과로 말하는 건데 그 무게감과 죄책감을 알고 있다"라며 대표팀을 위로했다.
이용규는 이어 "선수들이 확실하게 느꼈을 거다. 나도 TV로 보면서 느꼈다"면서 "느낀 것을 가지고 선수들이 노력해서 다음엔 경쟁력있게 싸울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이번 참사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기를 바랐다.
이용규는 이정후와의 전화 통화 사실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10일 열린 일본전 시작이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이정후가 이용규에게 전화를 했던 것. 이용규는 "6시20분쯤에 갑자기 (이)정후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받았더니 너무 긴장된다고 하더라"면서 "여기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좀 편하게 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아무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라고 웃었다.
이용규는 2009년 WBC 2라운드에서 다르빗슈 유와 상대해 안타를 치고 도루도 한 적이 있었다. 이정후가 이날 선발이었던 다르빗슈와의 경험이 있던 이용규에게 팁을 구한 것.
이용규는 "나도 다르빗슈와 상대한지 오래되서 내가 거기 있었다면 하는 생각으로 편하게 얘기해 줬다"며 "당시에 다르빗슈의 슬라이더가 내가 느꼈을 때도 너무 좋았다. 빠른 카운트에서 빠른 공을 생각하고 쳐라고 말해줬고, 2스트라이크 이후엔 느린 공도 생각해야한다라고 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부담감이 굉장했을 거다. 내가 그 마음을 알고 있고…. 그런데 이정후가 워낙 좋은 선수라서 막상 경기하면 그런것을 떨쳐내고 잘할 선수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