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득점포를 가동한 제르소(32·인천 유나이티드)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표현이었다.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감정은 미묘하기만 했다.
1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3라운드 대결을 펼쳤다. 양 팀 모두 승리가 간절했다. 인천은 개막 두 경기에서 1무1패에 그쳤다. 제주는 2무를 기록 중이었다.
승리를 위한 키워드는 양쪽 모두 제르소였다. 제르소는 K리그 대표 '크랙'이다. 그는 지난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했다. 두 시즌 동안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제르소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새 도전에 나섰다. 제주를 떠나 인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적'으로 만나게 된 남기일 제주 감독은 "제르소는 만나고 싶지 않은 선수다. 인천을 좋아해서 왔다. 여기서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아는 선수다. 하지만 가진 기량이 워낙 좋다. 어떻게 커버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조성환 인천 감독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조 감독은 "제르소 본인도 직간접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 더 자신감 있게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제르소는 인천 스리톱의 왼축으로 선발 출격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주 진영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전반 20분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제르소는 역습 상황에서 에르난데스가 빼준 볼을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제주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친정팀의 골망을 흔든 제르소는 두 손을 들고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옛 팀을 향한 예의였다. 하지만 낭만은 거기까지였다. 그라운드 위는 냉정하고도 치열했다. 제르소는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김오규의 파울을 끌어내는 등 활약을 펼쳤다.
경기 뒤 제르소는 "제주에 좋은 기억이 많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승리가 꼭 필요했다. 득점 뒤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것은 옛 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인천=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