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두번째 투수까지 무너뜨렸다면 어땠을까. 선발은 공략했지만, 뒤이어 등판한 투수에게 무려 5이닝을 가로 막힌 한국 타자들이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B조 체코와의 경기에서 7대3으로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의 첫 승이다. 호주, 일본에 패하며 2연패로 몰려있던 대표팀은 마침내 1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이제 타 팀 경기 결과를 지켜보며, 13일 조별리그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한국은 체코 선발 투수인 좌완 루카스 에르콜리 공략에 성공했다. 1회 첫 공격부터 기다렸다는듯 받아쳤다. 물론 1회말 선두타자 박건우가 상대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행운을 더해 3루까지 들어갔고, 이후 한국 타자들은 몸이 무거워보이는 체코를 상대로 1회에만 5점을 뽑았다. 2회말 김하성의 솔로 홈런까지 포함해 에르콜리를 상대로 무려 6점을 얻어냈고, 경기도 6-0 일방적으로 리드했다.
체코는 에르콜리를 2회 1아웃 상황에서 내렸다. 한국 대표팀은 그 다음부터 문제였다. 체코 벤치가 두번째 투수로 선택한 제프 바르토를 공략하지 못했다. 바르토 역시 좌투수. 이미 점수 차가 여유있게 벌어져있어서 1구, 1구 집중력있게 승부하기는 쉽지 않았다. 또 바르토는 직구 구속이 120~130km, 변화구 구속이 110~120km 사이일 정도로 느린 편이라 오히려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다.
한국이 바르토에게 제대로 된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5이닝 추가 득점 없이 막혀있는 사이, 위기가 찾아왔다. 7회초 좌익수 김현수의 수비 판단 미스가 2실점으로 이어졌다. 6-0으로 이기던 한국은 6-2로 점수 차가 줄어들었다. 6점 차와 4점 차는 심리적 안정감 자체가 다르다. 다소 잔잔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관중석에서도 일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4점 차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하성이 7회말 바르토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며 마침내 추가 득점에 성공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뒤이은 8회초에도 2사 만루에서 파울 타구를 놓친 후 실수와 추가 득점 실패는 경기를 타이트하게 만들었다. 체코는 후반으로 갈 수록 집중력이 살아났다.
체코는 이미 알려진대로 대부분 본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 세미 프로 수준의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약체로 평가받은 팀 중 하나다. 그들이 앞선 일본전에서 선전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팀 역시 깔끔한 완승을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운 포인트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