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직접 체코 야구 대표팀을 홍보하던 PR 담당자이자 주축 선발 투수인 루카스 에르콜리가 한국전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체코는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B조 한국과의 맞대결을 펼쳤다. 체코의 한국전 선발 투수는 좌완 에르콜리. 신장 1m96에 만 27세인 에르콜리는 1회초 한국 타선에 고전했다. 체코는 전날(11일) 밤 늦게까지 일본과 치열한 경기를 펼친 후, 이튿날 아침 다시 야구장에 나와 한국과의 경기를 준비했다. 피로가 덜 풀린 상황이었다.
1회말 첫 타자 박건우 타석부터 큰 수비 실책이 나왔다. 외야 플라이가 예상됐지만, 중견수가 타구를 잘잡는 호수비를 펼치고도 포구를 완전히 하지 못하고 공을 흘렸다. 부랴부랴 공을 다시 집어 2루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송구 실책이 나왔다. 박건우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들어갔다.
무사 3루로 출발한 에르콜리는 2번타자 김하성은 내야 플라이로 처리했지만, 이정후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박병호와 강백호에게도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점을 더 내줬다.
체코가 0-2로 지고있던 상황. 양의지에게 볼넷을 허용한 에르콜리는 최 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승부는 쉽지 않았다.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에드먼 타석에서 또 수비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2아웃밖에 못잡은 상황에서 5실점째 한 에르콜리는 박건우의 타구를 우익수 마테이 멘시크의 호수비로 걷어내면서 어렵게 1회를 마쳤다. 에르콜리가 1회에 던진 투구수는 42개였다.
체코 타선이 침묵하며 스코어는 0-5로 벌어졌지만, 에르콜리는 2회초에도 마운드를 계속 지켰다. 첫 타자 김하성에게 좌전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추가 실점을 했다. 하지만 이정후를 1루 땅볼로 잡아낸 에르콜리는 박병호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후 1사 1루 상황에서 강백호에게 추가 안타를 맞았다. 투구수 56개. 추가 실점 위기가 찾아오자 체코 벤치가 움직였고 투수를 교체했다. 에르콜리는 엷은 미소를 띄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체코 관중석에서는 그를 향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체코 야구의 위대한 도전에 대한 예우였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