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 경기 패배로 많은 것을 잃은 분위기. 이제는 '숙적' 일본을 만난다. 한일전을 앞두고,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호주와의 경기에서 7대8로 졌다. 충격이 없다고 하진 못할 것 같다. 객관적인 전력상 또 조직력 싸움에서 한국이 우위라고 보였지만, 실제 경기를 해보니 그러지 못했다. 호주 타자들은 파워를 십분 활용했고, 한국은 불펜이 무너졌다. 정교함에서 앞서는 한국 타자들은 상대 선발 공략에 실패하면서 초반부터 쫓기는 경기를 했고, 이런 흐름이 내내 이어졌다. 세밀한 플레이에서도 호주가 더 앞섰다.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한 경기를 했다. 대표팀이 워낙 8강 진출 운명이 걸릴 호주전에 총력을 쏟았기 때문에 패배가 더 쓰리게 다가오지만, 유니폼에 태극기를 단 국가대표라면 바로 평정심을 되찾고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경기가 남아있고, 바로 다음날인 9일밤 한일전이 열린다.
전력상 일본이 우위다. 인정해야 한다. 일본은 이번 대표팀을 '역대 최고'라고 평가 받을만큼 완전체 전력으로 꾸렸다. 스즈키 세이야가 부상으로 최종 하차했지만, 세계 최고급 야구선수들이 즐비하다. 오타니 쇼헤이, 다르빗슈 유는 물론이고, 투수진에도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 도고 쇼세이 등 국가대표 에이스급 선발 투수들이 한명도 아닌 5명 이상 모여있다. NPB에서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 투수만 3명이고, 43홀드를 기록한 유아사 아쓰키도 뒤를 지킨다.
타선도 화려하다. 이번 대회에서 투타겸업으로 뛰고 있는 오타니가 중심 타선에서도 활약하는데다, 지난해 일본인 홈런 기록을 세운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오타니의 뒤를 받친다. 41홈런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 외에도 20~40홈런 이상을 친 타자들이 즐비하다. 그것도 투고타저 NPB에서.
그러나 야구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일본도 하루전 열린 중국전에서 예상보다는 고전했다. 전력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봤지만, 막상 경기를 해보니 중국도 수비를 앞세워 최선을 다했고 일본 역시 경기 후반 다득점이 터지기 전까지는 답답한 경기를 했다. 오타니도 매 타석 홈런을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한일전 결과가 말해준다. 호주에게 패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이 가질 부담감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실패했을 때 받게 될 비판과 비난도 두렵겠지만, 무엇보다 선수들 스스로가 느낄 자괴감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한국 야구 대표팀이 그동안 한일전에서 지더라도 쉽게 진 적은 거의 없다. 전력에서 앞선 적도 거의 없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크게 작용한다. 오늘 결전의 시간 앞에 설 대표팀 선수들이 좌절감을 씻고, 자신감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