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릭 텐하흐 감독은 과연 몇 수 앞까지 내다보는 것일까?
텐하흐가 의외의 용병술을 구사하며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맨유 레전드 출신 폴 스콜스는 텐하흐 감독의 의도를 꽤 그럴듯하게 분석했다.
텐하흐가 이끄는 맨유는 10일(한국시각) 안방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레알 베티스와 16강 1차전에서 4대1로 완승했다.
눈여겨볼 점은 바로 선발 라인업이었다.
맨유는 바로 직전 경기에서 리버풀에 0대7 참패를 당했다. 맨유는 물론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의 굴욕적인 대패였다. 텐하흐 감독은 이 '안필드 참사' 멤버 11명을 레알 베티스전에 똑같이 내보냈다.
프로 스포츠에서 선발 명단은 최근 컨디션, 상대 전적, 전술 궁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되기 마련이다. 동시에 좋은 점은 유지하고 나쁜 점은 개선, 보완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리버풀전에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은 다음 경기 벤치가 당연하다.
텐하흐는 아니었다. 11명이 똑같이 나왔다.
영국 언론 '더 선'은 '많은 사람들은 텐하흐가 부진한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텐하흐는 실패한 11명을 고수했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스콜스는 이에 대해 "약간 놀랐다. 그들은 텐하흐에게 빚을 졌다"라며 입을 열었다.
스콜스는 "텐하흐는 몇몇 선수를 테스트한 것이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정말 중요할 때, 큰 경기에서 제대로 뛸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라고 진단했다.
오웬 하그리브스는 "안필드에서 혼란을 겪은 뒤 선수들에게 만회하고 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텐하흐는 승리 후 "우리가 이기고 싶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도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였다. 우리는 리버풀전에 망가졌지만 회복해야 했다"라며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