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1군 캠프 첫 콜업 주인공. 3라운드 23순위로 뽑은 내야 유망주 신인 김재상(19)이다. 이호성 박권후 서현원 등 투수 3명에 이어 선택한 야수 원픽. 롯데 이학주 트레이드 대가로 받은 3라운드 23순위를 서현원 픽에 쓴 삼성은 그 덕분에 3라운드에서 김재상까지 잡을 수 있었다.
삼성은 오키나와 캠프가 시작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달 6일 김재상을 1군에 전격 콜업했다. 루키는 물론 이시카와 야구장에서 훈련중이던 퓨처스리그 선수단 중 가장 먼저 올라온 선수였다.
코칭스태프의 안목은 정확했다.
고교 졸업생 답지 않은 탄탄한 체력의 소유자 김재상은 지옥훈련 속에서도 끝까지 오키나와 캠프에 살아남았다. 김지찬 김동진 등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중도 귀국한 가운데서 끝까지 완주하고 있다.
생존 뿐이 아니다. 캠프 막판으로 갈수록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삼성이 캠프 6연패를 끊고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데는 김재상의 활약이 컸다.
4일 오키나와 나하의 셀룰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미우리전. 강한울 대신 2루수로 교체 출전한 김재상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2-1로 앞선 8회말 선두타자의 느린 땅볼을 전진해 빠르게 러닝스로우로 처리하려다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2루 도루와 적시타가 이어지며 김재상이 내보낸 주자는 동점 주자가 됐다.
하지만 김재상은 타석에서 만회했다. 2-2 동점이던 9회초 무사 만루 빅 찬스가 자신에게 찾아왔다.
실책 직후라 루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상황.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김재상은 볼 하나를 차분히 골라낸 뒤 변화구를 들어올려 중견수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다. 4대2 승리를 안긴 결승타가 된 장면이었다. 일본 투수 공에 배트가 늦자 "공을 보고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갔다"고 말할 만큼 센스 넘치는 대처였다.
경기 후 김재상은 "무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무조건 공을 띄워서 점수를 내는 것이 목표였다"며 의도된 들어치기였음을 밝혔다. 이어 "오늘 수비에선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타점을 올려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김재상은 다음날인 5일 오키나와현 킨 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11대7 대역전승의 중심에 섰다.
3-7로 크게 뒤진 9회초 무사 1,2루에서 김재상은 KIA 필승조 전상현을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적시 2루타를 날렸다. 9회 8득점 빅이닝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재상은 이날 5차례의 타석에서 모두 공을 띄워쳤다.
3회 1사 1루에서 중전안타로 출루한 그는 0-2로 뒤진 5회 무사 만루에서 또 한번 의식적인 띄워치기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만들었다. 팀의 첫 타점이었다. 고졸 루키 답지 않은 의도적 배트 컨트롤. 주목할 만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고교 시절 김민석(롯데) 김민준(SSG)과 함께 고교 최고 유격수를 다투던 선수. 공-수-주 두루 장점이 많은 내야수다.
김재상은 6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SSG전에도 3타수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이날도 세차례의 타석에서 모든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팀이 연승을 거둔 3경기에서 8타수4안타 5타점.
김재상은 경기상고 2학년이던 2021년 20경기에서 무려 4할7리의 타율과 3홈런, 22타점, 18득점, 7도루로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시절 통산 4할에 육박하는 타율(0.388)에 41경기 36타점, 37득점으로 해결사이자 찬스메이커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도루가 17개일 만큼 빠른 발도 장점. 장타율 0.559, 출루율 0.436으로 OPS가 10할을 넘는다. 그야말로 멀티 툴의 소유자. 삼성이 3라운드에서 잡은 건 행운이었다.
1m83, 81㎏의 단단한 체구. 단독 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과 순발력에 강한 손목 힘으로 담장을 넘기는 장타력까지 갖췄다. 크기 않은 체구에도 순간적인 파워를 모아 쓸 줄 안다.
지옥훈련을 소화해낼 수 있는 기초체력과 순발력에는 다 이유가 있다. 특별한 유전자와 개인 훈련 덕분이다.
김재상의 아버지는 삼성생명 레슬링단 소속 김인섭 코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레슬링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에도 포기 없는 투혼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전 국민에 감동을 안긴 주인공. 김인섭 코치의 동생이자 김재상의 작은 아버지 역시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김정섭 코치다. 남 다른 스포츠 가족 DNA를 보유한 선수.
실책 하나가 루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보여주게 된 계기가 됐다. 전화위복이었다.
심상치 않은 신인 루키의 등장. 공-수-주에 걸쳐 쓰임새가 있는 선수라 그 어떤 동기생 선수보다 1군 무대 진입 과정이 빨라질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