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변화는 작은 데서 일어난다.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변화를 만든다. 야구에서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불굴의 투지다.
삼성 라이온즈가 이틀 연속 투혼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삼성은 4일 오키나와 나하시 셀룰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 4대3 승리를 거뒀다.
삼성 뷰캐넌과 요미우리 스가노가 에이스 선발 맞대결을 펼친 경기. 타선 역시 거의 베스트 멤버였다. 삼성은 2-0으로 앞서다 경기 후반 홈런과 실책이 빌미가 돼 2-2 동점을 내줬다. 흐름상 넘어가는 경기.
하지만 요미우리란 대어를 잡겠다는 선수단의 의지가 강했다.
9회초 김헌곤 공민규의 연속 볼넷과 이해승의 안타로 만든 또 한번의 무사만루 찬스에서 김재상 이병헌의 연속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4-2를 만들었다.
삼성은 9회말 적시타를 허용하며 1점 차로 쫓겼다. 하지만 이어진 1,3루 동점 위기에서 좌익수 김헌곤이 먼진 캐치와 2루 송구로 더블 아웃을 만들어내며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승리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겨우내 흘린 땀의 보람이 차올랐던 경기. 터닝포인트가 됐다.
바로 다음날, 5일 일본 오키나와현 킨 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경기.
전날 총력전 여파로 주전급 야수들이 대거 빠졌지만 삼성은 또 한번 투혼을 발휘했다.
0-2로 뒤지던 경기를 5회 3득점 하며 3-2로 리드를 가져왔지만 3-3 동점이던 7회 4실점 하며 패색이 짙었다.
이기기 힘들겠다고 생각되던 경기.
하지만 또 한번 9회초 드라마가 시작됐다. 타자일순하며 대거 8득점으로 3-7 경기를 11대7로 뒤집어 이겼다. KIA 필승조 전상현을 공략해 드라마를 만들었다.
무사 1,2루에서 김재상의 싹쓸이 2루타를 시작으로 김헌곤의 적시타와 김동엽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유상철이 불을 끄러 올라왔지만 이미 늦었다. 물이 오른 삼성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이재현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한 뒤 이해승의 중월 싹쓸이 3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 벤치에서 끊임 없이 흘러나오던 파이팅이 현실이 되는 순간. 지옥 훈련을 통해 탄탄해진 백업들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었던 뿌듯한 날이었다.
최고참 오승환은 연패중이던 지난 1일 오키나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죠. 캠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금 모두 엄청 힘들 겁니다. 몸도 엄청 무거울 거고요. 지금 저희가 1승도 없는데 선수들이 그 점에 대해 조금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만, 딱 하나 지는 거에 익숙해져서는 안됩니다.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면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명가를 지키던 수호신의 각별한 당부. 후배들이 변화를 향해 투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의지가 모여 강한 팀이 된다. 삼성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