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드라마마다 등장하는 감초배우, 그러나 '일타 스캔들'에서는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 오의식(40)이다.
오의식은 5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양희승 극본, 유제원 연출)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일타 감초'의 활약을 보여줬다. 누나 남행선(전도연)과의 우애는 물론, 최치열(정경호)와의 브로맨스, 조카 남해이(노윤서)를 향한 삼촌의 애정과 김영주(이봉련)와의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며 활약했다. 여기에 더해 어렵고 무거울 수 있던 자폐 스펙트럼 연기를 동시에 보여줬던 그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박수도 이어졌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의식은 '일타 스캔들'을 돌아보며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촬영 내내 현장이 행복했고, 결과도 좋았고 너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느끼고 있다. 뻔하지만, 이 얘기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행복감을 드러냈다. 오의식은 또 "지금까지 경험으로 봤을 때,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면 결과물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내심의 기대감도 있었다. 작가님, 감독님과는 '오 나의 귀신님'을 함께했는데, 그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극중 재우의 성장도 중요한 키워드로 와 닿았다. 오의식은 그중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인 남재우를 연기하며 가족들 사이에서는 아픈 손가락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오의식이 기울인 노력들에 관심이 이어졌다. 극중 발달 장애인들을 고용한 회사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던 그는 실제로 해당 회사의 제작 과정과 배송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호흡해왔다는 설명이다.
오의식은 "처음엔 자료도 찾아봤고, '우영우'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작품을 보고 다른 배우의 연기도 보기도 했다. 또 지인분을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분과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런 중에 재우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어렵고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 재우는 경계에 있는 친구기 때문에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셨던 모습과는 다른 지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회사를 통해서 발달장애인 분들이 일하는 회사를 알게 됐고, 대표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저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셨는지 '일을 해보시겠냐'고 하시더라. 제가 찾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 함께했고, 업무를 안 하는 시간에는 휴게 공간에서 대본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의식은 "업무를 처음 하러 들어가면서 제 마음은 '옆에서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을 갖고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그냥 신입사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존에 있던 선배 직원들이 제게 알려주지 않으면 업무가 힘들었다. 내가 안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가진 선입견, 편견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같이 업무를 하며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고, 그분들이 느꼈던 경험이나 슬펐던 일, 기뻤던 일을 얘기하며 제가 가졌던 생각들이 하나 하나 깨지더라. 자폐인들이 감정에 대해 무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전혀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고,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로 익숙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가진 분도 계시지만,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것 같은 직원도 계셨다"고 했다.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오의식은 오히려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그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느꼈지만, 저는 정말 '요만큼'밖에 모르는 일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곳의 슬로건이 '자기만의 속도로 만듭니다'인데, 순간 '아 그렇구나'를 느꼈다. 나는 그냥 재우를 찾으면 되는구나. 장애를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재우를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방향성이 바뀌었다. '발달장애인이니 불가능해'가 아니라, '재우가 왜 못해? 재우가 왜 웃을 수 없어? 울 수 없어?'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제가 지탱할 수 있는 뿌리가 생겼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 스스로는 평범한 재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곳에서 얻은 것들이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에 있어서도 '인생 연기'라는 평을 받은 그다. 가장 행복했던 시청 평은 바로 함께했던 발달장애인들과 회사의 응원. 오의식은 "대표님과 대본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자문을 많이 나눴는데, 대표님의 결론은 늘 '절대 그럴 수 없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지 않죠'였다. 그래서 연기하는 내내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소통하고 있다. 중간에 대표님이 '장애인 연기를 과하지 않고, 오버스럽지 않게 일상적으로 그려주셔서 좋다'고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저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많이 얻을 수 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