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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207 천재 유격수가 달라졌어요…생존 경쟁 속 팀은 살찐다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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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왕년의 '천재 유격수' 이학주(33)가 다시 뛴다. 뜨거운 경쟁 구도가 그의 변모를 이끌고 있다.

이학주의 선수 인생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하다. 고교 졸업 후 미국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로 진출했지만,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는 불운 속에 빅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KBO리그에 입성한지도 올해로 5년차. 하지만 고교 시절 안치홍 김상수 오지환 허경민 등 그 화려한 '90s' 내야진에서도 돋보이던 천재 유격수의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첫해 타율 2할6푼2리 7홈런 3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1로 기대감을 안겼지만, 이후 끝없는 추락을 맛봤다.

2020~2021년에는 워크에씩 문제까지 불거지며 오랫동안 2군에 머물렀고, 주전 유격수 부재 속 트레이드 영입을 감행했던 롯데에서도 거듭된 부상 속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성적은 타율 2할7리 3홈런 15타점, OPS 0.565에 불과하다. 영입 당시만 해도 이렇다할 경쟁상대가 없었지만, 방출선수 출신 박승욱에 밀려났다.

결국 롯데는 실망감을 안고 지난 겨울 FA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했다. 기민한 푸트워크나 넓은 수비범위에선 이학주가 우위에 있지만, 두 선수의 입지는 50억원이라는 계약의 무게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노진혁은 이학주보다 한살 많지만, 두자릿수 홈런과 OPS 0.800 이상의 성적을 내는 타자인데다 수비의 안정감에서도 우위에 있다.

하지만 이학주는 비시즌 롯데와 '퍼포먼스 인센티브' 계약을 맺으며 새 시즌 도약을 다짐했다. 2년 연속 7000만원에 그쳤던 연봉을 7200만원으로 소폭 인상하는 대신, 최대 9600만원까지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퍼포먼스 인센티브의 세부 내용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은 출전 경기수다. 그외 누적 기록 또한 경기수의 영향이 압도적이다.

이학주는 한국 데뷔 첫 시즌이던 2019년을 제외하면 100경기, 400타석을 넘긴 시즌이 한번도 없다. 삼성에선 2년 연속 60경기 가량 출전하는데 그쳤고, 지난해 롯데에서도 91경기 260타석 출전에 불과했다.

올해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학주는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8회말 역전 2타점 결승타를 치며 팀의 8대7 역전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지난 겨울 과감한 투자에 이어지는 분위기와 기세를 오키나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이학주는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는데, '삼진 당해도 자신있게 하라'는 (박흥식)수석코치님의 조언에 생각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이학주는 4일 SSG 랜더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8회말 2점 쐐기포를 쏘아올렸다.

노진혁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노진혁은 지난 1일 SSG전에서 3타수 3안타를 치며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이학주가 제 궤도에 오른다면, 롯데의 선수 기용폭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한동희는 스프링캠프에서 1루와 3루 훈련을 병행중이다. 이학주가 유격수, 노진혁이 3루로 자리잡고 한동희를 1루로 돌리는 수비 포메이션이 가동될 수 있다. 공격력을 살리면서 수비 집중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올해야말로 천재 유격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