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키나와 터줏대감 삼성 라이온즈가 3년 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전, 이미 왔다간 '손님'이 있었다. LG 트윈스 선발 투수 임찬규(31)였다.
삼성 캠프 시작 전 보름 간 삼성 투수 오승환과 함께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뒤 미국 애리조나 팀 훈련에 합류했다.
1일 캠프에서 만난 오승환은 "2주 넘게 여기서 함께 뛰어다니고, 캐치볼 하고, 웨이트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일본 캠프 전 일찌감치 오키나와에 들어와 있던 오승환과 함께 훈련하기 위한 행보. 오승환이 아니었다면 굳이 오키나와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다.
그 궁금증을 오승환이 풀어줬다.
"찬규가 작년에 FA 했어야 했는데 못했잖아요. 근데 성적이 좋았을 때 꼭 저랑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잘해서 FA 하려고, 그 생각을 가지고 온 것 같아요.(웃음)"
실제 임찬규에게 오승환 선배는 행운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17 시즌을 마친 임찬규는 차우찬, 오승환과 함께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2018 LG 스프링캠프가 진행된 미국 애리조나에서도 둘은 함께 훈련을 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오승환이 삼성 시절 사령탑 류중일 감독에게 부탁해 LG 캠프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싶다고 청했고, 류 감독이 흔쾌히 승락하면서 다시 임찬규와 뭉치게 됐다.
임찬규는 오승환과 캐치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칼날 제구를 유지하는 오승환 선배는 큰 귀감이었다. 끊임 없이 물었고, 조언도 많이 받았다.
바로 그 해 임찬규는 11승(11패)을 거두며 프로 입문 8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오승환 효과'였다.
끝이 아니었다.
이듬해인 2019년 3승(5패)에 그치며 절치부심한 임찬규는 또 한번 오승환 선배를 찾아 나섰다. 2020년 호주 캠프에 앞서 오키나와에서 오승환 선배와 함께 개인 운동을 했다. 효과는 어김 없었다. 10승9패로 데뷔 두번째 두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그 후 2년은 썩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2021년 1승(8패)에 그친 임찬규는 FA 시즌이던 지난해 6승11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고심 끝에 FA 신청을 1년 미뤘다.
절치부심, 새 시즌을 준비하던 그에게 '오승환 효과'는 절대적 믿음이었다. 무조건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다.
임찬규는 "비시즌 동안 오승환, 강민호 선배님과 오키나와에서 조금 일찍 시즌을 준비했다. 오승환 선배님과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고, 준비도 잘 된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세번째 '오승환 매직'. 임찬규는 그 기운을 고스란히 받아 1년 미룬 FA대박을 칠 수 있을까. 그의 부활은 곧 LG 선발진의 화려한 약진을 의미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