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이 묘한 '딜레마'에 빠진 시즌 최종전을 치러야 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 홈인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3월 1일 최종전을 가진다. 이미 지난 13일 BNK전 승리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지은 우리은행은 이후 펼쳐진 4경기에서 그동안 이런저런 부상으로 코트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을 주로 활용하며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3승 1패로 역시 올 시즌 최강팀다운 면모를 확인하고 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2~4위 순위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안되기에,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을 주로 기용하면서도 당연히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BNK가 27일 하나원큐전 승리로 2위를 드디어 확정하면서, 공동 3위인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의 마지막 순위 결정만 남게 됐다. 두 팀 모두 승리를 거둔다면 상대전적에서 앞선 삼성생명이 3위가 되지만, 만약 삼성생명이 패하고 신한은행이 승리를 거둔다면 신한은행이 극적으로 3위가 된다. 공교롭게 신한은행과 먼저 만나며 순위 싸움의 '키'를 쥐게 되는 다소 부담스런 상황이다.
게다가 승패에 전혀 상관이 없는 앞선 4경기와 달리 신한은행전은 특별한 의미가 된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단 한번도 연패를 당한 적은 없다. 다만 맞대결 연패는 딱 한 차례 기록했다. 그 상대가 바로 신한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4연승을 달리다 지난 1월 18일 신한은행전에서 78대81로 패했다. 최종 스코어는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전반부터 30-44로 크게 뒤지며 말 그대로 '질질' 끌려다니다가 4쿼터 막판 딱 한번 동점에 성공했지만 끝내 역전까지는 이르지 못한 완패였다. 신한은행 김진영에게 본인의 커리어하이인 30득점을 허용한 것을 비롯, 3점포를 무려 12개나 얻어 맞으며 철저히 수비부터 무너졌다.
하지만 이날 박혜진 최이샘 2명의 주전이 부상으로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단 6명의 엔트리로 상대한데다, 14연승을 이어오면서 가졌던 피로감과 부담감이 한꺼번에 겹치는 등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이유는 있었다. 위 감독은 "차라리 연승이 끊겨서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맞대결인 30일 경기는 우리은행으로서도 다소 충격적인 재역전패였다. 부상에서 회복중인 박혜진이 풀타임에 가까운 플레이 시간에도 불구, 좀처럼 보기 힘든 0점에 그친데다 친정팀을 상대한 김단비 역시 14득점으로 부진했다. 역시 1쿼터부터 10점차 이상으로 끌려갔지만, 4쿼터 막판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는데 단 7초를 남기고 신한은행 김소니아에 골밑슛에 이은 앤드원 자유투 1개까지 헌납하며 결국 72대74로 또 다시 패했다. 김진영은 10득점으로 막았지만, 이 경기에선 지난해까지 팀 동료였던 김소니아에 25득점과 결승골을 내줬다. 위 감독이 경기 후 "분명 이전 맞대결처럼 1쿼터부터 끌려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역시 반복됐다. 습관이 될까봐 두렵다"며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였다.
이런 미묘한 구도 속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난다. 게다가 이날 우리은행이 승리를 거둔다면, 신한은행과 오는 3월 11일 홈에서 PO 1차전을 시작하게 된다. 앞선 2경기에서 눌렸던 기세 싸움을 반전시키고 기선 제압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PO 준비를 위해서라도 우리은행은 '완전체' 라인업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력 3위는 불가능하지만 신한은행이 당연히 전력을 다할 것은 분명하다. 예년과 같으면 '가비지 타임'과 비슷했을 시즌 최종전이 역대급 순위 싸움 덕에 의외로 흥미롭게 됐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