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최근 프로농구계에서 고양 캐롯의 전 소유주 오리온을 향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고양 캐롯이 오리온에서 매각돼 한 시즌을 넘기지 못하고 존립 위기에 몰리며 프로농구판을 흔들어 놓게 되자 '책임론' 불똥이 튄 것이다.
캐롯은 지난 12월, 1월분 선수단 급여를 지연 지급하는 등 극심한 '재정 리스크'를 드러냈다. 결국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 달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캐롯 구단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중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가입금 잔여분(10억원)을 이달 말까지 완납 못할 경우 플레이오프 자격도 박탈한다는 '최후통첩'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초유의 사태로 인해 KBL 리그 전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사실 예견된 사태였다. 지난해 6월 KBL 이사회가 캐롯 구단(회원사) 가입 승인을 논의할 당시 모기업의 재정 능력이 최대 이슈였다. 이 때문에 가입 승인이 한 차례 불발됐다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급 보증'을 조건으로 통과되기도 했다.
이제 와서 회생 절차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원망하기엔 이미 엎질러진 물.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 사태가 예측 가능한데도 농구단을 처분하는데 급급했던 전 소유주 오리온 쪽으로 화살이 돌아가는 것이다. 오리온이 이른바 '나몰라 매각'을 했다는 주장이다.
오리온은 2021년말부터 구단 매각을 물밑에서 추진하다가 2022년 4월 대우조선해양건설과의 협상 사실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농구계에서는 진작부터 우려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던 때다. 게다가 경제계에서는 김 회장이 이끄는 대우조선해양건설, 한국테크놀로지 등 회사의 재정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었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초코파이 한 개 파는 것도 아니고, 프로스포츠단을 매각하는 일인데 인수자가 어떤 상태인지 면밀하게 검증했어야 했다"면서 "농구계도 아는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우려를 재계에서 몰랐을까? 명색이 대기업에 속하는 오리온이 모르고 팔았다면 능력 부족이고, 알고도 팔았다면 무책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각 기업의 2022년도 경영실적이 발표되면서 오리온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연결기준 2022년 매출액 2조8732억원, 영업이익 466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우승에 근접한 안양 KGC 모기업 KGC인삼공사의 2022년 영업이익은 848억원(매출액 1조3060억원)이다. 프로농구판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는 KCC의 영업이익은 4676억원(매출액 6조7748억원)이었다. KGC보다 5배 이상 많고, KCC와 거의 같은 이익을 내면서도 프로농구 출범(1997년) 멤버였던 팀을 부실기업에, 너무 무책임하게 떠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농구인은 "캐롯 사태로 농구판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경영 실적이 좋은 오리온이 굳이 농구단을 팔았어야 했는지, '뒷일은 모르겠고 일단 팔고 보자'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2011년에는 대구→고양으로 연고지 일방 이전으로 '야반도주' 비난을 사더니 이번에 '나몰라 도주'가 된 것 같다. 농구인끼리 오리온 제품 불매 운동을 하자는 볼멘소리도 있다"고 전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