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BNK가 아산 우리은행을 잡아냈다. 역대급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BNK는 너무나 귀중한 1승을 거뒀다.
BNK는 22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신한은행 SOL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안혜지(18득점, 10어시스트) 이소희(17득점) 진 안(13득점, 17리바운드) 김한별(16득점)의 고른 활약으로 박지현(14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이 분전한 우리은행을 72대60으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BNK는 15승12패, 신한은행과 공동 3위로 올라섰다. 2위 삼성생명과는 1게임 차.
▶전반전=1쿼터를 거른 김단비, 안혜지의 각성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반면, BNK 입장에서는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삼성생명, 신한은행과 함께 역대급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고아라가 근육 손상으로 정규시즌 아웃이다. 나윤정도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두 선수는 우리은행 로테이션의 핵심들이다.
그는 "순위 싸움을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 오해사는 일 없도록 최대한 똑같이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BNK는 베스트 5가 모두 출동. 안혜지 이소희 김한별 한엄지 진 안이 나섰다. 우리은행은 박혜진 박지현 최이샘 김정은과 함께 일단 박다정이 스타팅에 포함됐다. 에이스 김단비는 일단 벤치에서 대기.
BNK가 기선을 제압했다. 안혜지가 날카로운 골밑돌파로 3점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반면, 우리은행은 박혜진의 미드 점퍼 외에는 초반 슈팅 효율성이 떨어졌다. 9-2, BNK의 리드.
우리은행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하지만, BNK가 도망도 가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발생했다. 이때, 우리은행은 BNK전에서 유난히 위력을 발휘하는 미스매치 공격이 성공.
박지현이 안혜지는 상대로 골밑 미스매치 포스트 업을 성공시켰다. 그러자, BNK는 곧바로 안혜지가 3점포를 터뜨렸다. 최근 안혜지의 3점슛 감각은 바닥이다. 그런데, 기습적 3점포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만만치 않았다. 김정은의 확률높은 골밑 돌파, 그리고 박혜진의 시그니처 플레이인 초장거리 3점포가 터졌다. 14-9, 5점 차.
조금씩 우리은행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 BNK가 작전타임을 불렀다. 최이샘이 노현지로 교체됐다. BNK는 김한별 대신 김시온이 들어왔다.
양팀의 수비는 상당히 강력했다. 약 3분 간 득점이 없었다. 우리은행이 침묵을 깼다. 박혜진의 날카로운 왼쪽돌파에 이은 패스, 김정은이 3점포를 성공시켰다. 그러자, 안혜지가 골밑 돌파로 응수.
16-12, 1쿼터는 BNK가 상쾌한 스타트. 단, 우리은행은 절대 에이스 김단비가 1쿼터에 나서지 않았다. BNK도 김한별을 최대한 아끼는 모습.
2쿼터 BNK는 박경림과 김한별이 들어왔다. 안혜지와 한엄지가 벤치.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드디어 들어왔다.
이소희가 사이드에서 깔끔한 미드 점퍼. 반면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3점포가 빗나갔다. 다음 공격에서도 김단비는 3점슛 에어볼, 그러나, 최이샘이 특유의 정확한 미드 점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좀처럼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노현지의 U파울이 나왔다. 안혜진의 자유투 1득점. 그리고 BNK의 공격권. 하지만, 불발됐다. 아쉬웠다.
우리은행은 아직 풀 멤버를 가동하지 않는 상태. BNK는 좀 더 스코어 차를 벌릴 수 있는 찬스를 무산시켰다. 19-14, 5점 차. BNK의 불안한 리드.
김단비의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풋백 득점이 림을 통과했다. 즉, BNK가 10여점 차로 리드할 수 있는 상황이 3점 차 접전으로 흘렀다.
우리은행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지만, 안혜지의 골밑 돌파를 최이샘이 블록으로 차단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수비에서 견고한 모습. 올 시즌 기복없이 최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저력이기도 했다.
BNK는 올 시즌 특유의 변형 지역방어(2-3 지역방어. 림 근처의 김한별이 자유투 라인 부근까지 올라오면서 골밑을 사수. 윙에서는 갑작스러운 더블팀)를 사용했다. 그러나 김단비의 과감한 엔트리 패스에 의한 최이샘의 미드 점퍼로 득점 성공. 박지현이 빠른 트랜지션에 의한 절묘한 드라이브 & 킥. 코너의 박다정이 3점포를 터뜨렸다. 1점 차로 추격. 수비를 완전히 몰아넣고 박다정에게 완벽한 오픈 찬스를 제공한 박지현의 플레이는 강렬했다.
BNK는 진 안과 김한별이 번갈아 골밑 공격을 시도했다. 평범한 포스트업이 아니라, 가드와의 2대2 공격 이후 엔트리 패스로 인한 포스트업 공격이기 때문에 우리은행도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유투가 제대로 적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진 안은 2개를 모두 놓쳤다. 그러자, 우리은행 노현지가 미드 점퍼로 응징, 결국 23-22, 역전에 성공했다.
BNK 위기의 순간, 안혜지가 김한별의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점퍼를 성공시켰다. 이 시점 2득점은 BNK에게 흐름 상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우리은행의 페이스에 밀리지 않으면서, 흐름을 다시 바꿀 수 있는 득점이었다.
결국 24-23, BNK의 리드로 전반전 종료. 우리은행의 전반, 주력 선수들의 출전시간 조절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2쿼터 막판 노현지 박다정 뿐만 아니라 이재원까지 투입됐다. BNK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베스트 5를 정상가동했지만, 1점 차 리드.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리드를 잡은 것은 BNK였다. 안혜지는 1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후반전=3쿼터 이소희, 4쿼터 김한별과 진 안
3쿼터 초반은 전략적으로 너무 중요했다. 우리은행은 안정적 전력으로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지만, BNK는 기세를 뺏기면 무너질 확률도 존재했다. 진 안의 공격 리바운드, 안혜지가 박혜진의 마크를 뚫고 미드 점퍼를 성공. 반면 우리은행 공격은 24초 제한시간에 걸렸다.
우리은행은 전반 3점슛 성공률이 18%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김단비의 출전시간 조절과 연관이 있다. 골밑에서 수비가 가장 좋은 김단비. 그리고 우리은행은 박혜진 김단비 박지현 등 트리플 볼 핸들러가 무수한 공격 옵션을 창출한다. 여기에 핵심은 김단비다. 축구로 치면 상대 수비를 찢는 '크랙'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 선수가 코트에 동시에 나서는 시간은 전반 거의 없었다. 즉, 공격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지현이 절묘한 스텝 백 3점포를 터뜨렸다. 박지현의 개인 능력과 함께, 터프한 3점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의 이날 공격 시스템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
BNK가 몰아쳤다. 이소희의 미드 점퍼가 터졌고, 김한별의 훅슛이 림을 통과했다. 34-28, 6점 차 리드. 단, 우리은행은 특유의 부분전술로 추격했다. 간단한 사이드 라인 패턴으로 박혜진의 미드 점퍼. 그리고 박지현이 그대로 속공으로 자유투를 이끌어냈다. 게다가 박다정의 스틸에 의한 박지현의 골밑슛까지 터졌다.
박지현은 최근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김단비 박혜진이 주도하는 공격 시스템에서 받아먹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공격에 좀 더 적극성을 띄면서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는 비중이 늘어났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호흡이었다. 박다정과 노현지가 동시 투입되면서 수비 허점이 생겼고, BNK도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5~7점 차의 BNK 리드가 이어졌다.
BNK는 확실히 김한별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베스트 5가 만만치 않았다. 승부처에서 수비에 응집력이 생겼고, 반격의 힘이 됐다. 이소희의 코너 3점포가 터지면서 10점 차. 1분 뒤 이소희가 또 다시 사이드 미드 점퍼를 터뜨렸다. 이소희는 발목과 정강이의 피로골절을 안고 뛰고 있다. 경기 전 박정은 BNK 감독은 "올 시즌 완벽히 나을 것 같진 않다. 통증을 참으면서 이소희가 부상 투혼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2위 싸움이 절정에 달한 상황에서 이소희를 뺀 채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충돌로 인해 오른쪽 무릎 부위에 불편함을 느꼈다. 박혜진이 벤치에 들어가자, 우리은행의 견고한 수비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51-38, 13점 차 BNK의 리드. 3쿼터 종료.
4쿼터 김단비가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박혜진은 벤치에 있었다.
우리은행의 코너 3점포 2방이 림을 외면했다. 안혜지의 왼쪽 돌파가 성공했다. 53-38, 15점 차. 박지현이 3점포를 성공시키자, 이번에는 김한별이 톱에서 3점포를 작렬시켰다. 좀처럼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코어들이 출전시간을 20~30분 사이로 설정해 놓은 상황. 즉 풀 전력을 가동하기 쉽지 않았고, BNK는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이날 3점슛 성공률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게다가 4쿼터 막판 BNK는 김한별과 진 안이 번갈아 내외곽을 공략했다. 3쿼터까지 20분을 뛴 김정은이 벤치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골밑 수비는 상당히 부담을 느꼈다. 결국 우리은행은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BNK는 김한별의 결장과 이소희의 부상으로 유력했던 2위 싸움에서 한 걸음 뒤쳐졌다. 하지만,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잇따라 잡아내면서 2위 싸움을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 불과 3경기가 남았지만, 신한은행, 삼성생명과의 맞대결 전적에서 앞서기 때문에 여전히 BNK도 2위 싸움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