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B스타즈의 2022~2023시즌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시즌의 실패 요인을 점검, 다음 시즌 다시 정상에 도전하기 위한 힘을 되찾은 것이다.
KB스타즈는 지난 17일 신한은행에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최종 실패, 5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지난 시즌 24경기만에 23승1패라는 경이로운 승률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고,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렇다 할 접전조차 없이 3전 전승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바 있기에 이번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은 단 하나, 센터 박지수의 공백이었다. 팀 동료나 코칭스태프 모두 '박지수 원맨팀'이란 반갑지 않은 꼬리표를 그렇게도 떼고 싶었겠지만, 결국 기둥 센터의 엄청난 존재감만 재확인한 셈이 됐다. 공황장애를 딛고 돌아온 박지수의 활약 덕에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4연승을 달리며 최대 2위 자리까지 노려봤던 추격의 불꽃은 박지수의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으로 바로 소멸됐다.
사실 KB는 그동안 박지수의 경기 내 비중을 줄이기 위해 애를 썼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곤 박지수가 경기당 평균 30분도 뛰지 않은 것은 이번이 유일했다.
하지만 경기당 득점과 리바운드는 그 전 시즌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고, 오히려 어시스트는 증가하면서 나름의 효과를 봤다. 기존에는 자신의 플레이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동료들의 움직임을 잘 살피고 이를 활용하는 팀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됐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다시 시행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KB를 막을 수 있는 팀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얘기는 기정사실이다. 챔프전에서 박살이 난 우리은행이 KB를 꺾기 위해 FA 김단비를 영입했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어쨌든 KB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경기당 평균 실점은 거의 비슷했지만, 평균 득점에선 무려 13점 가까이 줄어들었고 어시스트도 20% 감소했다. 리바운드를 비롯해 수비에선 선수들의 한 발 더 뛰는 플레이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지만, 공격에선 센터의 공백은 메울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박지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통합 우승을 이끈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 시즌 KB의 전력 약화는 실력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훨씬 컸다. 박지수가 코트에서 함께 뛰는 경기는 물론이고 스타팅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벤치에서 언제든 출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팀 경기력은 큰 차이를 보였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인정하는 '자신감'의 문제였다. 비록 뒤지고 있더라도 승부처에 투입될 박지수가 있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결국은 승리할 것이란 심리적인 우월감이 올 시즌에는 완전히 반대로 작용, 리드하고 있다가 역전을 당한 후 다시는 이를 뒤집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결국 패하는 경기가 더 많았다.
어쨌든 KB로선 박지수의 물리적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동료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과 더불어 그가 없을 때도 경쟁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플랜B와 C를 더욱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래야 다음 시즌에 다시 통합 우승을 가시권에 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