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남아있던 매직넘버를 스스로 지우며 2020~2021시즌 이후 2년만이자 역대 14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리은행은 1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BNK썸전에서 76대52로 승리, 21승 4패로 남은 6라운드 5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에 1위로 선착, 4위와의 3전 2선승제의 승부를 이겨낼 경우 지난 2017~2018시즌에 이어 5년만에 역대 11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1위 확정까지 이르는 동안 별다른 위기조차 없을 만큼 순조로운 시즌 운영이었다. 주전들의 페이스가 떨어지고 부상 선수가 나온 이달 초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에 연달아 패한 것이 유일한 연패였을 뿐, 전반기에 이미 14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줄곧 지켜냈다. 박혜진 김정은 최이샘 박지현 등 국가대표 라인업에 FA 김단비가 합류, 공수에 '화룡점정'을 찍은 내부적인 전력 상승, 그리고 지난해 압도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한 KB스타즈가 박지수의 공황장애로 인한 부진 등 예기치 못했던 외부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사실 김단비의 영입은 KB스타즈의 독주를 막기 위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파격 승부수였다. "우승을 위해 우리은행으로 왔다"고 공언할 정도였던 김단비는 신한은행에 소속됐을 때보다 월등한 기량을 가진 동료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4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무려 3번의 라운드 MVP를 독점할 정도로 이적의 덕을 톡톡히 봤다. 김단비의 보상 선수로 신한은행에 간 김소니아 역시 득점 1위를 달리며 커리어하이를 찍을 정도로 FA 트레이드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할 수 있다.
공격도 1위였지만, 김단비가 가세한 수비는 더욱 위력적이었다. 우리은행은 33승 2패로 올 시즌보다 더 압도적인 정규리그를 치러냈던 2016~2017시즌 이후 6년만에 경기당 평균 50점대 실점에 그치며 오랜만에 특유의 '질식수비'로 상대의 예봉을 꺾었다.
주전 가운데 가장 젊은 박지현이 성장통을 거쳐 다시 상승 가도를 달리는 것도 큰 힘이 됐다. 특히 각종 부상으로 인해 자주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혜진 대신 리딩 역할까지 맡았고, 상대팀 장신 포워드까지 막아내는 등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 당당히 정규리그 1위의 주역이 됐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절정의 기량을 이젠 보여주지 못하지만 박혜진은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그리고 김정은은 상대팀 에이스를 맡는 희생 정신으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시즌 전 올 시즌 테마로 제시한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기 전까지 과감한 외곽포를 선보인 2년차 신예 김은선, 그리고 은퇴 기로에서 다시 기회를 얻어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낸 노장 고아라의 활약도 빼놓기 힘들다.
지난 2012~2013시즌부터 팀을 맡아 올해로 11년째 선수들과 함께 하며 통합 6연패와 9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낸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의 뛰어난 지도력과 용병술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우리은행의 남은 과제는 5년만의 통합 우승 도전이다.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에도 불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리그 중단 혹은 플레이오프에서 4위팀 삼성생명에 발목이 잡히며 챔프전에 오르지도 못하는 불운을 맛봤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생명, 그리고 유력한 신한은행에 각각 2패씩을 기록한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오는 3월 11일로 예정된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한 달동안 전력을 재정비, 14연승을 달렸던 상반기의 기세를 회복하는 것이 역대 10번째 통합 우승에 이르는 원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