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군대 선후임이 필드의 동반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KPGA(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거머쥔 김영수(30)와 그의 캐디 김재민(30)은 군 시절 연을 맺었다. 당시 취미로 골프를 즐겼던 김재민은 김영수와 만난 뒤 골퍼로 거듭나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김재민은 2016년 KPGA 프로, 2021 KPGA 투어 프로 자격을 취득해 지난해 스릭슨투어에서 활동했다.
김재민은 프로 선발전, 투어 프로 선발전을 준비하던 와중 김영수의 골프백을 종종 맸다. 지난해엔 10개 이상 대회에서 김영수와 호흡을 맞췄다. 김영수의 생애 첫 우승이었던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도 김재민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김영수는 우승 뒤 "원래 형이 경기를 도와주는데, 이번에 (김)재민이에게 '한 번만 같이 나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민은 캐디를 위한 별도의 트로피를 제작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캐디 트로피를 수상했다.
김재민은 "지난해 영수형이 최고의 해를 보내 행복했다. 캐디로서 첫 우승을 경험했던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캐디에게도 근사한 트로피를 수여해주신 제네시스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캐디들만큼 풍향, 풍속, 클럽 선택 등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KPGA 코리안투어는 캐디 입장에서도 긴장감이 높은 차원이 다른 무대"라며 "고맙게도 영수 형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대회장에 다녀본 경험으로 오히려 나를 이끌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캐디로서 노하우가 부족한 내가 영수 형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했다. 선수가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캐디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했다"라며 "누구보다 영수 형을 깊게 알고 있던 점이 강점으로 다가왔다. 선수의 멘탈을 안정시키고 플레이에 방해되는 주변 요소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김재민은 김영수와 함께 한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DP월드투어에 진출한 김영수와 함께 유럽으로 향한다.
김재민은 "올 시즌 주로 활동할 DP 월드투어의 대회코스는 산악형 코스가 많다. KPGA 코리안투어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코스 공략 측면에서 낯설고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등 세계가 주목하는 큰 대회에 캐디로 참가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대되고 설렌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영수를 바라보며 프로의 꿈을 키운 김재민은 언젠가 맞대결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김재민은 "영수 형과 함께한 경험들은 나중에 투어에서 선수로 활약할 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옆에서 보고 배웠던 것을 나만의 장점으로 녹여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하고 싶다"며 "언젠가 KPGA 코리안투어에서 영수 형과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고 싶다. 우승컵을 두고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