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카프의 '레전드' 구로다 히로키 구단 어드바이저(48)가 4일 미야자키 니치난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일정을 정확히 모르고 있던 아라이 다카히로 감독(46)을 깜짝 놀라게 한 '서프라이즈' 방문이었다.
일본언론에 따르면, 구로다가 그라운드에 홀연히 나타나자 경기장 공기가 달라졌다. 관중석의 팬들은 사진촬영을 하느라 분주했고, 선수들은 인사를 하러 그라운드를 오갔다. 프리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베팅 케이지 뒤 아라이 감독도 깜짝 놀랐다.
구로다는 5일부터 17일까지 2주 가까이 캠프에 머물며 투수들과 함께 한다.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고 지도한다. 구로다는 "타자를 상대할 때 사고방식, 마인드를 전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일본과 미국 통산 203승을 거둔, 영구결번 '레전드'의 캠프 방문.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해도, 선수들에게 귀하고 특별한 시간이다. 아라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많은 질문을 하라고 주문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 모든 면에서 살아있는 본보기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흡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캠프 시작 며칠 전에 아라이 감독은 선배에게 일정을 물어봤는데, 확답을 안 했다고 한다. 이날 방문에 대해 아라이 감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라이 감독을 놀라게 한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다.
히로시마의 에이스 구로다는 2008년 LA 다저스로 건너가 5년을 던졌다. 이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3년을 활약했다. 8년간 총 211경기에 등판해 79승79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두는 등 준수한 활약을 했다.
그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 마지막 해 11승을 거뒀다.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영입 제안을 했다. 샌디에이고는 연봉 1800만달러까지 제시했다. 고민하던 구로다는 히로시마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히로시마의 '4번 타자'로 활약하던 아라이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구로다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15년, 아라이도 다시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었다.
선배와 후배는 히로시마에서 총 11년을 함께 했다. 복귀 다음 해인 2016년, 나란히 맹활약을 펼치며 히로시마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5년 만의 우승이었다.
구로다는 그해 24경기에서 10승(8패·평균자책점 3.09)을 거뒀다. LA 다저스 소속이던 2010년부터 7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다. 불혹을 넘어 마지막까지 에이스다웠다. 아라이는 타율 3할, 19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41세 구로다는 히로시마의 우승을 뒤로 하고 은퇴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그의 유니폼 등번호 '15번'을 영구결번했다.
히로시마의 '심장'같았던 구로다는 2018년 후배 아라이의 은퇴를 기념하는 신문광고를 냈다. 광고 제목이 '결국, 아라이는 대단했다'였다. 후배가 친정팀 사령탑에 오르자, 선배가 도움이 되고자 나섰다.
5일 구로다는 선수들에게 인사를 하고, 불펜투구를 지켜봤다. 도코다 히로키, 구리 아렌 등 투수들에게 조언을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