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대표팀은 선수가 선택하는 자리가 아니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주장 김현수(35·LG 트윈스)는 이렇게 말했다.
김현수가 대표팀 주장 역할을 맡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 15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뛴 그는 "대표팀은 선수가 원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선발되는 곳"이라며 "세대 교체를 위해 인위적으로 어린 선수를 내보내기 보다, 지금 가장 잘 하는 선수가 뽑히고 나가서 대표팀을 위해 활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설 연휴 직후 추신수(41·SSG 랜더스)의 발언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미국 한인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 나선 그는 WBC 대표팀 구성을 묻는 질문에 "일본만 봐도 국제 대회를 보면 새로운 얼굴들이 되게 많다. 우리 한국은 (아니다).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대표해서 나갈 성적도 되고 정말 실력이 좋은 선수지만, 저라면 미래를 봤을 것이다. 당장 성적 보다도 앞으로의 그런 것을 봤더라면 많은 선수들이 사실은 안가는 게 맞고, 새로 뽑혀야 하는 선수들이 더 많았어야 한다. 언제까지 김광현(34·SSG)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들이 다소 포함된 이번 대표팀 구성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좀 더 채워졌어야 한다는 의견. 그러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2013~2017 WBC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던 그가 대표팀 구성에 대해 논한 것을 두고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또 세대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특정 선수 이름을 거론한 부분 역시 이미 대표팀에 선발된 당사자에겐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추신수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평이 뒤따랐다.
양현종의 뜻도 김현수와 다르지 않았다. 양현종은 "대표팀은 뽑힐 때마다 설레는 자리다. 일단 좋고, 영광스럽다. 마음가짐이나 목표 의식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땐 아무 것도 모르고 형들 따라 열심히 했는데, 연차가 들 수록 책임감이 커진다"며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선발이 아닌 불펜 보직을 맡은 것을 두고는 "12월부터 언론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를 접했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나는 선발인데' 그런 아쉬움은 전혀 없다. 태극마크 달고 그런 선수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님 말씀대로 미국행(4강) 비행기는 타야 되지 않겠나.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 팀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 떠나간 팬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왔으면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베테랑 선수 대부분은 길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짧게는 WBC, 프리미어12 등 각종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다. 다른 선수가 쉴 비시즌 기간 일찌감치 몸을 만들며 대표팀 뿐만 아니라 소속팀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했다. 컨디션 난조, 부상, 계약 등 여러 변수 속에서도 대표팀에 합류할 때만큼은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희생했다. 다른 선수보다 한 달 일찍 시즌에 돌입하는 이번 WBC 대표팀에서도 이들의 포부와 책임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진짜 대표 선수, 선배 다운 이들의 모습은 태극마크를 짊어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