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선물용·제수용 한우가 '대목'을 맞았지만, 한편으론 가격 논란으로 잡음을 빚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 9일 기준 ㎏당 1만5274원으로 1년 전(2만298원)보다 24.8% 하락했다. 축산농가의 소 사육 수가 늘며 공급량이 늘었지만, 경기 둔화로 소비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한우 가격 하락세는 축산농가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13일 경북 예천군에서 농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정부에 수급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협회는 "한우 1두당 생산비는 1100만원인데 반해 한우 도매가격은 평균 7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소 값 폭락 사태는 사육두수 증가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안일하고 미비한 수급 대처 능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번식농가를 위한 송아지 생산 안정제 개선을 시작으로 수급 안정을 위해 한우 암소 시장격리, 군 급식 확대, 소비자 유통 개선 지도·점검, 농가 생산비 안정을 위한 사룟값 차액 보전, 범정부 차원의 소비 촉진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정부가 한우값 폭락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할 경우, 대대적인 전국적 소 반납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가격 논란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물론 유통업계도 한우 수요 진작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오는 21일까지 (사)전국한우협회, 농협경제지주와 함께 '2023년 설맞이 한우 할인판매 행사'를 개최하고, 우리 한우를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또한 삼성웰스토리에 한우를 납품해 적체된 정육 물량을 해소하고, 수입육을 한우로 대체하기 위해 총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0톤의 물량, 약 50만명 분의 양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웰스토리도 ESG경영의 일환으로 한우농가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우 프로모션 상품을 개발하고, 급식 메뉴에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우 불고기, 국거리 등으로 가공해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설을 맞아 한우 선물세트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고물가 행진으로 가격이 오른 다른 품목들에 비해, 한우 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 설 수준으로 동결된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은 한우 선물세트에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고 보고,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지난 2~14일 한우 선물 세트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용(스테이크·로스) 부위로만 구성한 세트 매출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26.7% 늘었고, 찜갈비·불고기용 부위로만 구성한 세트 매출은 15.3% 증가했다. 이마트에서 지난 9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에서도 구이·국거리·불고기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한우혼합세트 매출이 4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우 선물세트 구성도 다양해졌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구성하는 DIY 선물세트도 인기다.
롯데백화점에서는 국내외 유명 셰프와 협업한 프리미엄 세트, 1~2인 가구를 위한 '소확행' 한우 기프트 세트 등 다채로운 상품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2023년 설 명절 선물 세트 판매 기간 고객이 원하는 한우 부위·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한우 선물' 세트와 스테이크 소스를 비롯해 불고기·갈비찜 양념 등을 혼합 구성한 간편 한우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우가격 하락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농가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판촉행사와 협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지속적으로 한우 수요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