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50)가 영화계 영원한 깐부 정우성(49)의 청룡 대리 수상에 대한 에피소드를 밝혔다.
이정재 감독은 지난 11월 25일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헌트'(아티스트스튜디오·사나이픽처스 제작) 신인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만 이정재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인 '애콜라이트'의 촬영차 영국 런던에 체류해 아쉽게도 무대에 직접 오르지 못했고 그의 빈자리를 영혼의 단짝 '청담 부부' 정우성이 대신해 잊지 못할 한 장면을 완성하기도 했다.
당시 대리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정우성은 "내가 신인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것도 아닌데 오늘 시상식에서 왜 이렇게 심장이 나대는지 모르겠다"며 이정재 감독 못지않게 떨리는 마음을 털어놨다. 여기에 "나에겐 동료에게 좋은 상을 전해줄 기회가 생겨서 좋지만 이정재 감독 본인을 보고 싶은 분도 계실 테니 직접 전화를 걸어보겠다"며 현장에서 런던에 체류 중인 이정재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정재 감독은 정우성의 돌발 전화에 얼떨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정우성 덕분에 전화로 '헌트'를 사랑해준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전화 통화 수상소감이라는 이례적인 수상 명장면을 낳은 이정재 감독은 "일단 가장 먼저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했다. '헌트'를 사랑해준 관객에게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였는데 함께 못해 너무 아쉽더라. 마음 같아서는 촬영을 뒤로하고 청룡영화상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지 않나? 다행히 정우성이 재미있게 수상 무대로 만들어 줘서 고마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청룡영화상은 수상 결과를 절대 미리 안 알려주는 지독한 영화상이기도 하다. 나도 솔직히 수상까지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말의 수상 가능성에 기대하며 우리끼리 대리 수상자를 선발하고 어떤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리 수상자로 정우성을 세우자는 '헌트' 팀의 작전이 있었다. 나 역시 런던에서 실시간으로 청룡영화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청룡영화상이 끝나면 수상 결과를 정우성이 알려주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안 오더라. 시간상 신인감독상 발표가 끝났을 텐데 연락이 없어 내가 시간을 잘 못 계산했나 싶기도 했다. 또 '중간에 축하 공연이 길어졌나?' '다른 수상자가 애드리브 소감을 길게 하셨나?'라며 온갖 상상의 나래 속에서 정우성의 연락을 기다렸다. 정말 초조하더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진짜 기대를 못 한 수상이었다. 한창 패기 있는 신예 감독들의 경쟁이지 않나? 나를 제외한 신인 감독 중 한 분이 받을 것이라 예상했고 나도 마땅히 기뻐해 줄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그 순간 휴대전화에 정우성 이름이 떴다. 내가 생각했던 시간 보다 늦게 전화가 오길래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 화장실이 급해 밖으로 나온 김에 전화했나 싶었다. 정우성 성향 자체가 워낙 예의 바른 사람이라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시상식 도중에 나갈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청룡영화상 1부가 당연히 끝난 줄 알았고 휴대전화를 보면서 '올 것이 왔구나!' 외쳤다. 그런데 정우성이 수상해 무대에 올라왔다고 말하더라. 전화로 수상 소감을 하라고 하는데 순간 긴장과 떨림, 당황 등 온갖 감정이 몰아쳤다. 게다가 런던과 한국 통화 음질이 좋지 않더라. 정우성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또 당황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정말 많은데 전화는 툭툭 끊기니까 저절로 당황하게 됐다"고 진땀을 흘렸던 순간을 털어놨다.
한 편의 반전 드라마와 같았던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우성의 축하 인사 전화를 다시 받았다는 이정재 감독은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고 두 번째로 함께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날 청룡영화상에서 '헌트'가 스태프 부문 상도 받으면서 축하할 일이 많았고 정우성이 대표로 '헌트' 팀을 집결해 맥주 한잔 마시러 간다고 자랑하더라. 어찌나 부럽던지. 함께 하지 못해 속상했다. 이후에 '헌트'로 수상한 스태프, 그리고 생각나는 스태프들에게 한 분씩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