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왜 '양' 목소리가 됐는지…." 얼굴만 마주봐도 웃음이 나왔다. 1994년생 동갑내기 '찐친' 장슬기와 최유리(이상 인천 현대제철)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장슬기와 최유리는 그 누구보다 치열한 한 해를 보냈다. 두 사람은 올해 초 인도에서 열린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최유리는 공격, 장슬기는 수비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 덕에 한국은 전 세계 '1호'로 2023년 호주-뉴질랜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두 사람은 이 밖에도 EAFF E-1 여자 챔피언십 등 각종 A매치를 소화했다. 또 두 사람은 소속팀 인천 현대제철의 WK리그 10연속 우승을 합작했다. 장슬기와 최유리는 지난 23일 열린 WK리그 어워즈를 끝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두 사람의 2023년은 더욱 뜨거울 것 같다. 내년 여름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콜롬비아(2023년 7월 25일)-모로코(7월 30일)-독일(8월 3일)과 H조에서 대결한다. 한 달 뒤인 9월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도 예고돼 있다.
연령별 대표팀부터 함께 성장해온 두 사람은 어느덧 '중참'으로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최유리는 "그동안 우리는 언니들을 따라갔었다. 이제는 후배가 많아졌다. 우리 할 것만 하는 게 아니고 동생들도 이끌면서 언니들에게도 도움이 돼야 한다. 중간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슬기도 "나와 유리뿐만 아니라 (이)금민(브라이턴) 등 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나이인 것 같다. 언니들에게 항상 의지해왔다면 이제는 중심이 돼 해야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장슬기는 2019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2연속 월드컵 무대를 꿈꾼다. 그는 "월드컵 출전은 꿈이었다. 프랑스 때는 처음이라 목표를 크게 잡았었다. 그때 우승이라고 했었다. 너무 허무하게 무너졌었다. 월드컵이란 무대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최유리도 "월드컵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제일 큰 꿈이다. 서른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월드컵에 무사히 나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23년 큰 대회를 앞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 사람은 "(최근 여자축구 TV 예능 프로그램 덕에) 여자축구에 관심이 많아져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내년에는 월드컵이 있다. 올해보다 홍보, 이벤트 등을 통해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그동안 계속 응원해주셨던 분들은 이끌어가고, 새로운 분들께 여자축구의 매력을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도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르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