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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합] 김동휘 "늘 상상만 해왔던 청룡 신인상 수상…현장에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될 것" (청룡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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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부문은 '괴물 신인' 배우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차기 충무로를 이끌어갈 샛별임을 또 한 번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한지우는 배우 김동휘(27)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0대 1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작품에 합류한 그는 장편 영화 첫 주연작부터 대선배 최민식과 사제 케미를 보여주며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2014년 영화 '상의원'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동휘에게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은 데뷔 8년 간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지게 된 값진 의미를 담고 있다. 김동휘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영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얻으며 생애 첫 청룡 트로피를 가슴에 품었다.

김동휘는 수상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며 "청룡영화상은 배우들의 축제이고 참여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차에서 내려서 레드카펫을 걸을 때가 시상식 무대에 올랐을 때보다 더 떨렸던 것 같다. 레드카펫을 걸을 때 겉으로 보여질 정도로 얼어있었다(웃음). 또 시상식 당일 축하 무대에 올랐던 뉴진스와 아이브, 지코 씨의 팬이어서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다. 수상에 대한 기대는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현장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시상식장으로 향한 발걸음은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9월에 열린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에 이어 박해일과 재회한 그는 "평소 박해일 선배님을 존경했는데 현장에서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사후 리셉션장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모서리 바깥쪽에 서 있었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보시고 '탕웨이 씨 옆에 서볼래요?'라고 귓속말로 물어봐주셨다. 저는 주목받는 걸 잘 못 견뎌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고 손사래 치면서 말씀드렸다. 탕웨이 선배님도 저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셨는데, 그때 박해일 선배님이 저를 '뉴 제너레이션'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선배님들께서 제가 나이도 어리고 이제 막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다 보니 '앞으로 지켜볼게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고 벅차올랐던 마음을 드러냈다.

청룡영화상 후보에 오르자마자 바로 수상의 기쁨을 누리게 된 김동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과정을 그리는 영화'라고 표현한 그는 '배우'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걸어온 시간들을 되새겼다.

"연기를 하는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것을 꿈 꿨을 것이다. 저도 상상만 수십 번 수백 번 넘게 해 왔던 것 같다. 지난해 정재광 배우의 수상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트로피를 받게 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오히려 수상 소감을 혼자 연습하거나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기 전까지는 눈물도 나고 그랬는데, 실전에 닥치니 더 정신이 없었다(웃음)."

신인남우상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다름이 아닌 가족들이었다. 김동휘는 일찍이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응원해준 아버지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수상 소감 당시,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어머니 이야기만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게 됐다. 아버지께서 겉으로 서운해하는 티를 내진 않으셨는데 '네가 상을 받았는데 왜 내가 수상 턱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이 자리를 빌려 아버지께도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연기가 제 길이 아닌 것 같다고 걱정했을 때 응원해주셔서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해보겠다고 믿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배우를 준비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그에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김동휘는 "그간의 노력이 상으로 결실을 맺게 돼 더 좋았지만, 만일 결과가 따라주지 못했더라도 저한테는 너무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민폐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저에게 첫 상업 영화였다 보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워낙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를 했기 때문에 억지로 액션을 취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자체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촬영이 한 10회 차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는 현장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진행 과정을 알고, '이제 좀 편해졌다'라는 생각이 들때 쯤 촬영이 모두 끝나 있었다. 한지우를 연기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게 된 점을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행운으로 꼽았다. 김동휘는 "수상 직후, 바로 선배님께 전화드렸는데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선배님 덕분에 이 상을 받게 됐다고 말씀드렸는데, 평상시에도 낯간지러운 말은 잘 못 들으신다. 언제나 '츤데레' 스타일로 후배들을 따뜻하게 잘 챙겨주신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앞서 단역을 통해 현장 경험과 연기 경력을 쌓아온 김동휘는 늘 현장에서 스태프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는 "'데뷔'라는 꿈이 저와는 먼 이야기 같았다"며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겨났다. 단편 영화를 촬영할 때도 오늘내일 열심히 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저는 항상 오디션장이나 촬영 현장에서 스스로 얼마나 준비되어있는 배우인지를 생각해 봤다. 언제나 작품을 진심으로 대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올해 배우로서 딱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게 돼 더욱 뜻깊다. 보통 신인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이상도 걸린다고 하더라. 그 이상 걸려도 좋으니 또 한 번 다시 이 무대에 서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