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바야흐로 부산의 꿈이 무르익었다. 오랜 기다림은 영광으로 보답받을까.
롯데 자이언츠 조지훈 응원단장의 유니폼에는 V3가 새겨져있다. 롯데는 1992년 이후 20년간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 단장의 나이는 내년이면 44세가 된다. 롯데 팬들은 "조지훈 은퇴하면 영구결번은 V3로 하자"며 자학적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이대호는 은퇴했다. 하지만 올겨울은 아쉬움과 속상함보단 기대감과 희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는 화끈한 화력 지원으로 드러났고, FA 유강남과 노진혁 영입으로 이어졌다. 김상수 윤명준 차우찬 등 베테랑 방출선수들도 새로운 행선지로 롯데를 택했다. 잘 준비된 스토브리그는 타 팀들과 달리 이렇다할 마음고생 없이 빠르게 마무리됐다.
외국인 선수 3명과의 재계약도 일찌감치 끝냈다. 특히 세 선수 모두 팀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남다른 선수들이라는 점이 만족스럽다.
그 중에서도 내년이면 4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스트레일리는 더욱 특별하다. '부산 갈매기'를 자처하는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자 시즌 도중 롯데와 2년 계약을 맺고 복귀했다. 필요할 땐 무려 3일 휴식 후 선발등판을 자처할 만큼 팀을 위해 헌신하는 투수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라커룸과 더그아웃에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어린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베테랑의 역할을 맡고 있다..
KBO리그 데뷔 첫해의 스트레일리는 가히 '언터쳐블'이었다. 31경기에 선발등판, 무려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지난 5년중 롯데에겐 가장 아쉬운 한 해였다.
2년차에는 다소 아쉬움 남는 기록이었지만, 2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팀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돌아온 지난해에도 11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2.31의 훌륭한 성적으로 팀의 막판 가을야구 도전을 이끌었다. '포수' 유강남, 그리고 '유격수' 노진혁은 그런 스트레일리의 앞과 뒤를 지킬 훌륭한 새 동료들이다.
이제 스트레일리는 우승을 원한다. 스트레일리는 22일 자신의 SNS에 "새로운 글러브가 왔다. 2023시즌을 기다릴 수 없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스트레일리의 글러브에는 '롯데 파이팅', 그리고 'V3'가 새겨졌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다. 우선 가을야구 연속 탈락의 고리를 끊어내야한다. 부산은 가을 무대에서 포효하는 스트레일리의 모습을 기대하며, 봄을 기다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