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카를로스 코레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잠정 합의한 계약을 파기하고 뉴욕 메츠로 방향을 튼 뒤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의 거칠 것 없는 투자 행보가 조명받고 있다.
메츠는 이번 FA 시장에서 총 8억617만달러를 썼다. 코레아(12년 3억1500만달러)를 포함해 브랜든 니모(8년 1억6200만달러), 에드윈 디아즈(5년 1억200만달러), 저스틴 벌랜더(2년 8667만달러), 센다 고다이(5년 7500만달러) 등 9명을 영입하며 단일 오프시즌 역대 최고액 기록을 썼다.
이에 따라 내년 메츠의 페이롤은 약 3억8400만달러에 이르게 됐다. 사치세만 1억1100만달러에 달해 내년 연봉 관련 지출이 무려 5억달러에 육박한다. 페이롤과 사치세 모두 압도적인 역대 최고 수준이다.
코헨은 40여년 간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의 귀재로 활약하며 '헤지펀드의 왕(hedge fund king)'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2년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에서 17억4000만달러로 96위에 랭크됐다.
코헨이 메츠 구단 대주주가 된 것은 2020년 9월이다. 코헨이 경영권을 장악한 뒤 메츠의 투자 규모는 급상승했다. 최근 2년 동안 외부 영입을 통해 팀 컬러를 확실하게 바꿔놓았다. 이번 오프시즌을 포함해 메츠의 전력을 들여다 봤다. 투타에 걸쳐 핵심 멤버 대부분이 FA 또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영입된 선수들이다.
맥스 슈어저, 저스틴 벌랜더, 호세 킨타나, 고다이 센가, 카를로스 카라스코 등 5인 로테이션 중 메츠에 뿌리를 둔 선수는 없다. 슈어저는 작년 12월 FA 계약을 통해 메츠 유니폼을 입었고, 벌랜더는 이번에 슈어저의 원투 펀치 듀오가 됐다. 킨타나(2년 2600만달러)와 센가도 마찬가지다. 카라스코는 2021년 1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함께 메츠에 승선했다. 마무리 디아즈는 2018년 12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트레이드돼 왔다.
9명의 라인업 중 코레아, 린도어, 우익수 스탈링 마르테(4년 7800만달러), 지명타자 다니엘 보겔백, 좌익수 마크 칸하, 포수 오마 나바에즈(2년 1500만달러) 무려 6명이 외부에서 왔다. 드래프트로 메츠에 입단해 마이너리그를 거친 선수는 1루수 피트 알론소, 이번에 FA 재계약한 중견수 브랜든 니모, 그리고 2루수 제프 맥닐 밖에 없다.
이 모든 게 코헨 구단주 체제 이후 생긴 일들이다. 그렇다면 메츠는 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기려 했던 제이콥 디그롬과 결별했을까. 디그롬은 2010년 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메츠의 지명을 받고 입단해 4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4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신인왕에 올랐고, 2018~2019년 연속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메이저리그 최강 에이스로 우뚝 섰다.
한데 메츠는 2019년 3월 5년 1억375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하며 디그롬을 프랜차이즈 에이스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올초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코헨이 지난 3월 재활 중인 디그롬과의 연장계약에 대해 "시즌이 끝나고 생각해볼 문제"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그 직전 역대 최고 평균 연봉 기록인 4333만달러를 주고 슈어저를 영입하기까지 했다. 두 사건이 디그롬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1억8500만달러에 계약하며 메츠를 떠났다. ESPN에 따르면 디그롬은 뉴욕에서 뛴다는 점에 대해 별 자부심이 없었다. 에이전트가 텍사스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댈러스에 거주할 집을 이미 물색해놓기까지 했다. 결국 디그롬은 올시즌 내내 메츠를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코헨의 진두지휘로 말미암아 에이스는 물론 투타에 걸쳐 '메츠 혈통'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