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꼭 11명의 희생이 필요했을까.
그룹 이달의 소녀가 츄 퇴출 논란 끝 컴백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달의 소녀는 2023년 1월 3일 완전체 앨범 '디 오리진 앨범 [제로]'를 발표, 타이틀곡 '프리즘'으로 컴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이하 블록베리)는 22일 돌연 무기한 컴백 연기를 선언했다. "멤버들의 상황에 관한 여러 근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컴백 활동은 무의미하다는 결정을 했다"는 이유였다.
현재 이달의 소녀는 '츄 퇴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블록베리는 지난달 스태프에 대한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인기 멤버인 츄를 팀에서 제명, 퇴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팬들은 크게 반발했고, 츄 또한 "팬들에게 부끄러울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맞서며 논란은 가중됐다. 츄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항상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왔고, 광고주와 스태프까지 "츄가 갑질을 했을 리가 없다"며 편을 들고 나서며 블록베리에 대한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의 소녀가 컴백하더라도 츄 관련 이슈에 부딪혀 원하는 대로 활동을 전개할 수 없으니 차라리 여론이 안정될 때까지 컴백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츄 한 명의 사태로 11명이 희생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달의 소녀를 이끌며 소위 말하는 '소녀가장' 역할을 해 온 츄가 어느날 갑자기 퇴출된 것에 대한 팬들의 반발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바다. 그러나 이달의 소녀는 츄 혼자만의 그룹이 아니다. 소속사에 대한 반감은 십분 이해하더라도 다른 멤버들의 꿈과 노력은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진정한 팬들의 역할이 아닐까.
또 츄 사태를 온전히 동정의 시선으로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츄와 스태프가 나눈 대화 내역이 잇달아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츄는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40대 스태프에게 '대답대답' '무능력하다' '스케줄 표를 먼저 확인 받아라'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일부는 오랜 기간 블록베리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 폭발한 것이라며 츄의 행동이 이해간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츄의 언행에 실망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A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불신을 드러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해당 스태프는 말 그대로 블록베리 소속 직원일 뿐 큰 권한은 없다. 스케줄 변동 또한 윗선에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그저 '미생'에 불과한 인물이다. 그런 스태프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고 깔아뭉개는 태도는 또 하나의 폭력에 불과하다. 수익은 3대 7로, 비용은 5대 5로 나누는 등 불공정 계약에 화가 난 츄의 마음이야 이해하겠지만, 가해자도 아닌 일반 스태프에게 화풀이를 하는 건 과한 행동이었다.
더욱이 대화 내용을 좀더 살펴보면 츄는 단체 활동에도 제약을 걸고 있다. 자신의 대기시간을 줄여달라거나, 이런 식으로 자신을 대한다면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활동 시간 자체를 축소해달라는 등 팀 활동과 멤버들을 고려하지 않은 여러가지 발언을 했음이 드러난다. 즉 츄 또한 100% 피해자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츄는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EBS '공상가들', MBC '심야괴담회'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대신 다른 11인의 멤버들은 소속사와 츄의 싸움에 등이 터졌다. 불필요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츄의 이탈로 팀의 사기가 꺾이고 공백이 생겼다. 심지어는 열심히 준비한 앨범마저 발매하지 못하게 됐다. 이달의 소녀는 츄 한명의 팀이 아니다. 츄 하나 때문에 11인의 희생이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