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에서 보험료 부풀리기와 성추행, 갑질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협중앙회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신협중앙회가 징계 수위를 올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료 부풀리기로 거액 수수료 '꿀꺽'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협중앙회는 최근 보험료 부풀리기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서울 은평구의 한 신협 지점 직원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주택 가격에 토지 가격을 더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화재보험료는 주택 신축에 들어간 비용을 기재한 건물신축단가표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들은 주택 가격에 토지 감정가를 더해 사실상 매매가 기준으로 보험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은 185건, 납입 받은 보험료는 당초 보험료보다 50%가량 늘어난 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억원 가까운 금액이 직원들의 수수료로 지급됐다는 것.
해당 신협 지점 직원들의 고객 서명 도용도 적발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설명과 문서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확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지점 일부 직원들은 서류의 계약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임의로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 아니다. 해당 지점 대표는 이 같은 비위 의혹을 최초 제보한 직원을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성추행과 갑질 논란…3년간 성폭력 징계 '19건'
성추행과 갑질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지난 10월 직원들에게 성추행과 갑질을 한 충남의 한 신협 간부급 직원 A씨에게 중징계 통보를 내렸다.
A씨는 직원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 사적인 심부름 지시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직원의 옆구리를 찌르거나 어깨를 주무르는 등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현금 인출이나 신발 닦기 등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회식 자리에서는 고함을 치고 직원에게 술병을 던지기는 등 2년여간 갑질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A씨와 피해 직원을 분리 조치하거나 조사하지 않은 해당 신협 이사장 B씨에 대해서는 경징계 통보가 내려졌다. 피해직원이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B씨가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4월에는 고용노동부가 대전 구즉신협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성희롱과 직장 내 갑질 등 법 위반 사항 5건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조사 결과 해당 신협에서는 출퇴근 시 픽업, 자녀 등·하원, 담배 등 개인적 업무 지시와 폭언, 술 따르기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이 확인됐다. 1억3770여만원의 체불임금 등도 적발됐다. 사건 당시 신협중앙회는 해당 신협에 가해자 분리 조치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한편 신협 제재내용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3년간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사건은 총 19건에 달한다.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 제기…중앙회 "가이드북 배포, 현장 지도 강화"
이같은 신협의 잇단 잡음은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내부통제 강화는 물론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성추행 등 문제에 대해선 지역에 각각의 독립법인을 두고 흩어져있는 신협 특성상 신협중앙회가 관리·감독에 신경 쓰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이사 등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처벌이나 징계 등의 강화는 신협중앙회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상호금융권 전담 감독청을 두는 등 정부의 감독 역할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화재보험료 부풀리기 등과 관련해서는 사실 검토 중에 있는 상황으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합 측에 통보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신협에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에 대해선 개인 신용정보 자가검진 리스트와 가이드북 등을 배포하고, 현장 점검 및 지도를 강화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