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박해일(45)이 서스펜스 멜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에 대해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처음 느낀 감정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최종병기 활' '덕혜옹주' '남한산성' 등 사극부터 액션, 드라마까지 장르 불문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충무로의 대표 '천의 얼굴'이다. 특히 올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헤어질 결심'에서는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장해준으로 변신, 단단한 내공과 세밀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박해일표 장해준으로 캐릭터를 소화해 관객으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전 세계가 인정한 거장 감독으로 손꼽히는 봉준호 감독에 이어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박해일. '거장들의 뮤즈'가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나를 비롯해 많은 배우에게 너무 큰 영광이고 함께하고 싶은 감독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만큼 부담으로 작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큰 산 아래 나라는 작은 배우가 작품에 걸맞게 드러나야 한다는 게 굉장한 중압감으로 작용되기도 하더라.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특별히 '헤어질 결심'은 기존의 작품보다 배우들이 더 돋보이고 관객에게 사랑받길 원했다. 그런 상황에서 '헤어질 결심'에 임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헤어질 결심' 속 여러 명장면 중 송서래(탕웨이)의 실체를 알게 된 장면과 송서래의 진심을 알게 된 이후 바닷가 엔딩 장면을 가장 힘들게 촬영했다 꼽은 박해일은 "장해준이 송서래의 집에서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고 말하는 신이었다. 어떤 톤으로 또 어떤 감정으로 장해준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내가 붕괴된 느낌이었다. 내 기질에서 전혀 해보지 못한 연기와 상황이었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도 옆에서 이렇게 도와주고 저렇게 도와주고 애를 써줬다. 촬영이 있기 사흘 전부터 세트에 방문해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연습했다. 촬영하는 순간까지도 감정을 놓치기 싫어 고민이 컸고 난감했는데 결과적으로 박찬욱 감독이 멋진 장면을 만들어 줬다"고 곱씹었다.
이어 "엔딩인 바닷가 장면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송서래를 찾기 위해 바닷가에 뛰어 들어가는 신인데 갑자기 블랙아웃이 되면서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혹자는 이런 상태를 무아지경이라고도 하고 무중력 상황에 걷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순간 주변에 스태프, 카메라가 모두 사라지고 블랙아웃이 됐다. 스스로도 장면에 완벽히 집중하는 줄도 모르고 연기했던 것 같다. 또 송서래와 처음 만나는 취조실에서도 탕웨이의 작은 호흡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무중력 상태가 된 기분을 느꼈다. 작품을 이렇게 빠져서 연기한 적이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은 예술가다. 이 한 명의 예술가가 모든 걸 장악하고 어마어마한 창작자의 감각으로 모든 표현을 쏟아내는 것이다. 배우들의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내 캐릭터에 녹여낸다. 대단한 내공이지 않나"고 감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