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트롤리' 김현주와 박희순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류보리 극본, 김문교 연출) 2회에서 김혜주(김현주), 남중도(박희순)는 불청객 김수빈(정수빈)과 위험한 동거에 돌입했다. 여기에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한 해명 및 사죄에 나선 남중도는 대중들의 관심 밖이었던 디지털 성폭력 피해 사건을 공론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 엔딩을 맞으며 예측 불가의 전개를 기대케 했다. 시청률은 수도권 5.1% 전국 4.5%(닐슨코리아 기준), 순간 최고 6.3%를 기록했다.
김혜주는 김수빈의 등장만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들 남지훈(정택현)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찾아온 의문의 손님. 김수빈은 임신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테스트기부터 검사지까지 꺼내놓으며, 부모도 가족도 없는 자신을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김혜주는 그 당돌함에 기가 찼지만, 당장 아들의 필로폰 소지 논란과 딸의 실종 수사 특혜 의혹으로 위기를 맞은 남편 남중도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수빈을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 김혜주는 마음이 쓰였다. 그날 밤 귀가한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일단 하룻밤 재워 주겠다고 했지만, 남중도는 "다른 데 보내. 우리 집에 두는 것 싫어"라고 칼같이 거절했다. 김혜주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지훈이 아기를 갖고 갈 데가 없어서 찾아온 애야"라며 다시 한번 설득했고, 남중도는 그마저도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김수빈에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중도와 그의 수석보좌관 장우재(김무열), 한집살이 중인 현여진(서정연), 그리고 김혜주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정말 아기 아빠가 지훈이에요?"라는 미덥지 않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김수빈은 "믿기 싫으신가 보네요. 그럼 지울게요"라며 모든 것을 알리겠다는 협박조로 이들 가족을 뒤흔들었고, 결국 한바탕 소동 끝에 남지훈이 지내던 방에서 머물게 됐다.
다음 날 집 앞에서는 기습 취재가 이뤄졌다. 실종 수사 특혜 의혹에 대한 것이었다. 남중도는 말을 아꼈지만, 김혜주는 마치 자신 때문인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외부에 노출된 적 없던 김혜주는 남편을 두둔하기 위해 나서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연히 그 뉴스를 보게 된 기름집 주인 조귀순(원미원)은 손녀의 장례식을 찾아왔던 조문객이 김혜주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와 함께 조귀순의 입을 통해 국회의원 남중도 역시 빈소를 찾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남중도는 뉴스에 출연해 아들의 필로폰 소지 논란과 딸의 실종 수사 특혜 의혹을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그가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중도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남궁솔 사건'을 언급했다. 동영상 유포 협박에 피해 여성이 목숨을 끊었지만, 전 애인이자 피의자는 명문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기각된 사건이었다. 타인의 비극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는 "지금이 국민 여러분께서 제 말에 귀 기울여 주실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잊혀가던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가해자인 명문 의대생 지 모씨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비극의 신호탄이었다. 여론의 비난과 질타에 그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그 누구도 일어날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않는 일이 있다.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기어이 일어나고야 마는 일, 우리는 그것을 '사고'라 부른다"라는 김혜주의 내레이션과 함께, 그가 남긴 '살인자 남중도'라는 메모는 폭풍전야를 예고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김혜주, 남중도를 둘러싼 위기와 변화는 끝날 줄도 모르고 계속됐다. 특히 아들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 김수빈을 향한 김혜주의 동정과 남중도의 반감이 교차하며 앞으로 펼쳐질 세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 구도를 짐작게 했다. 무엇보다 남중도의 한 마디로 인해 '남궁솔 사건'의 향방은 완전히 뒤집히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남중도의 선의와 선택이 또 다른 죽음을 부른 셈이었다. 모든 부모가 자녀를 잃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의 당부가 무색하고도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누구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이 '사고'는 트롤리 딜레마의 시작을 알리며 이들의 위태로운 운명을 예감케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