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3년 안에 슈퍼리그 도전해봐야죠."
새롭게 옌벤 룽딩의 지휘봉을 잡은 '봉길매직' 김봉길 감독의 미소였다. 김 감독은 최근 옌벤과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을급리그(중국 3부리그)를 3위로 마치며 갑급리그(2부리그) 승격에 성공한 옌벤은 새로운 지도자를 찾았다. 과거 옌벤 푸더라는 이름으로 슈퍼리그(1부리그)를 누볐던 옌벤은 스폰서 부도로 인해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옌벤FC로 재창단된 후 옌벤 룽딩으로 이름을 바꾼 옌벤은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한국인 감독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었다. 갑급리그 승격으로 슈퍼리그행을 바라보겠다는 의지를 전한 옌벤은 김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김 감독은 "갑자기 연락이 왔다. 개인적으로도 정체되는 느낌이 있었고, 또 옌벤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했다.
김 감독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자 아픔의 땅이었다.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실패를 맛본 김 감독은 이후 경기대에서 감독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러브콜이 왔다. 갑급리그의 산시 창안이었다. 김 감독은 재정난에 시달리며, 잔류만 해도 성공이라던 산시를 맡아 중위권팀으로 바꿨다. 특유의 빠른 압박과 공격적인 축구를 앞세워 중국에서도 '봉길매직'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했다. 슈퍼리그 하위원팀과 갑급리그 상위권팀의 러브콜을 받던 김 감독은 산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협상까지 다 마치고 사인을 하루 앞두고, 돌연 팀이 해체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국에 머물렀던 김 감독은 산시에서 활약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으며, 곧바로 운남성 18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2020년부터 2년 동안 젊은 선수들 육성에 온 힘을 쏟았다. 김 감독은 "애들하고 재밌게 했다. 열심히 했고, 보람도 느꼈다"고 했다. 그래도 프로 무대에 대한 갈증을 지울 수 없었다. 계속해서 제안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K리그2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 계약기간 등이 맞지 않았다. 김 감독은 중국에서 또 한번의 기회를 엿봤다. 결국 옌벤에서 제의가 왔고, 드디어 다시 한번 찬스를 잡았다.
김 감독은 "산시에서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 또한 내 운명이었다"라며 "타 지역에 주로 있었는데 옌벤에는 확실히 조선족들도 많고, 언어도 통하니까 느낌이 좋다. 여기 계신 분들이 과거 슈퍼리그 시절, 옌벤의 전성기때 모습을 많이 기억하시고, 또 기대를 하시더라. 3년 안에 슈퍼리그 승격을 목표로 새롭게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 감독은 25일 전지훈련지인 쿤밍으로 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