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과 KIA 간 트레이드 논의가 일시정지됐다.
주전 포수가 필요한 KIA와 주전급 불펜이 필요한 삼성. 카드가 맞지 않았다. KIA도 필승조를 내줄 수 있을 만큼 불펜진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철수 분위기는 양 팀 모두에서 감지된다.
KIA는 "포수 트레이드는 없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삼성도 "3포수 체제에 장점이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개 트레이드 논의로 뒤숭숭해진 선수단의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행보다. 박동원 이탈 이후 주전을 꿈꾸고 있는 KIA 한승택 주효상 등 포수들이 비 활동 기간 동안 희망을 가지고 준비하라는 메시지다. 삼성 역시 3명의 포수 중 누가 팀을 떠날 지 알 수 없는 싱숭생숭한 마음 상태가 길어지면 좋을 게 없다.
약점이 분명한 데 카드가 맞지 않아 거래가 안된다면 방법은 하나 뿐, 있는 선수를 키워 쓰는 '내강' 뿐이다.
하지만 포지션 특성상 쉽지 만은 않다.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주전 포수를 완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경험, 그리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샐러리캡 제한에도 불구, 올 겨울 FA 포수시장이 이례적으로 뜨거웠던 이유다.
특히 KIA처럼 순위 목표가 높은 팀의 경우 안정적 주전 포수의 필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트레이드가 불발된 만큼 한승택 주효상의 빠른 궤도 안착이 필요하다.
포수 만큼은 아니지만 필승조 불펜 투수 키우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은 백전노장 오승환 우규민 이후를 이끌어갈 젊은 불펜진 발굴에 힘써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선배들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를 완성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 타이트한 상황의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는 투수가 되려면 많은 상황 경험과 두둑한 배짱, 그리고 제구와 구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은 그래도 믿을 구석이 있다. 시즌 초반만 잘 버티면 천군만마가 돌아온다.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최채흥(27)과 최지광(24)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군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 관계자는 "6월 말이면 복귀가 가능하다. 상무에서 뛰다 오는 만큼 바로 마운드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채흥은 올시즌 퓨처스리그 10경기에서 55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무패 1.79의 평균자책점의 언터처블 활약을 펼쳤다. 선발 요원이지만 상황에 따라 불펜 투입도 가능한 전천후 좌완 투수. 최채흥이 선발로 복귀하면 5선발이 불펜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도 있다.
입대 전 필승조였던 최지광은 올시즌 상무에서 31경기 3승무패 4세이브, 8홀드, 3.5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의 복귀는 삼성 불펜진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