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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봐도 미쳤네요!" 50세에 '31득점X성공률75%' 코웨이 우승 이끈 '슛도사'김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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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제기 봐도 진짜 미쳤네요."

11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 2022년 휠체어농구리그(KWBL) 챔피언결정전에서 코웨이 블루휠스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베테랑' 김호용(50)이 자신의 경기기록지를 보고 환호했다.

이날 '정규리그 1위' 춘천장애인체육회와 코웨이의 우승컵을 향한 마지막 승부는 역대급이었다. 3전2선승제로 진행되는 챔피언결정전, 양팀 모두 창단 첫 우승을 노렸다. 9일 1차전에서 오동석이 3점포 5개 포함 29점을 몰아친 코웨이가 춘천에 77대60, 17점차로 대승했다. 10일 2차전에선 이윤주(27점), 김상열(25점), 조승현(19점) '트리오'가 완벽 부활한 춘천이 82대64, 18점차로 대승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3차전은 '전쟁'이었다.

일진일퇴, 1점차의 피말리는 시소게임이 종료 버저 11초 전까지 이어졌다. 이날 김호용은 '신들린' 골 감각을 선보였다. '월드클래스 가드' 오동석과의 눈빛 교환은 곧 골이었다. 3쿼터, 위기의 순간, 쏘아올린 6개의 슈팅이 100% 골망으로 빨려들었다. 마지막 4쿼터, 24초를 남기고 단 1점 앞선 상황, 베테랑의 스틸이 빛을 발했다. 결국 70대67, 3점차 신승. '50세 맏형' 김호용은 자타공인 코웨이의 '우승청부사'였다. 나홀로 무려 31점을 쓸어담았다. 2점슛 성공률이 무려 75%. 4개 중 3개를 넣었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 이유다. 김호용은 "27년간 농구하면서 이렇게 잘한 건 처음"이라며 연신 "대박! 대박!"을 외쳤다.

1972년생 김호용은 휠체어농구 1.5세대다. 고 한사현 국가대표팀(서울시장애인체육회) 감독, 임찬규 코웨이 단장(전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등 1세대 레전드들과 함께 손발을 맞췄고,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부터 지난해 도쿄패럴림픽까지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역으로 활약한 '철인'이다. 그래서 선수 출신 김영무 코웨이 감독의 호칭 역시 '호용이형'이다. 제주 삼다수에서 통산 4번을 우승한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런데 홀트배 대회 현장서 후배들의 질주를 보며 가슴 속 열정이 다시 꿈틀댔다. '선배' 임찬규 단장은 5월 코웨이 창단식 직후 회사를 적극 설득했다. 쉰 살의 은퇴선수를 영입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임 단장은 김호용을, 회사는 임 단장을 믿었다. '신의 한수'였다. 코웨이의 경기력이 서서히 살아났고, 리그 5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까지 끌어올리더니 지난 10월 울산전국장애인체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일궜다. 이달 초 '우승후보' 제주삼다수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고, '파죽지세' 1위팀 춘천장애인체육회를 물리치고 기어이 정상에 섰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배들이 한 목소리로 "김호용! 김호용!"을 연호했다.

지천명의 나이에 기량이 다시 만개한 비결은 '행복농구'다. 김호용은 "역대 어떤 팀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함께 하니까"라며 웃었다.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양동길 윤석훈 곽준성 등 후배들이 다 막아주고, (오)동석이가 완벽한 패스를 주고, 수비를 끌며 시선을 다 돌려주니 슛 쏘는 게 너무 편하다. 배우 황정민 말처럼 나는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며 웃었다. 겸손했다. 하지만 농구에서 '백발백중' 림을 꿰뚫는 일은 '숟가락을 얹는 일'이 아니라, '화룡점정'을 찍는 일이다.

3쿼터 100% 슈팅 적중률에 대해 김호용은 "긴장이 하나도 안됐다. 다들 믿고 쏘라고 하니까, 믿으니 마음이 편했다"며 웃었다. 오동석과의 노룩 패스, 눈빛 호흡은 예술이었다. "동석이는 정말 얄밉게 너무 잘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코웨이의 농구는 "'원맨' '몰빵' 농구가 아니라 팀워크로 모두가 함께하는 농구다. 서로를 믿고,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농구"라고 말했다.

우승 후 임 단장은 "김호용은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한 선수다. 매일 개인훈련을 2~3시간씩 한다. 30대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평생 휠체어농구밖에 모른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장 양동길은 "호용이형이 우리 팀에 온다는 말을 듣고 정말 좋았다. 같이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기댈 수 있는 선배가 있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오동석은 "위기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슈터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라고 했다. "호용이형과 대표팀에서 10년 이상 함께하면서 서로 스타일을 너무 잘 안다. 호용이형이 오면서 제가 부담감을 덜었고, 이런 좋은 결과까지 이어졌다. 호용이형에게 제일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전했다.

50세에 다시 활짝 꽃핀 휠체어농구 인생, '커리어하이' 31득점이 쏘아올린 희망에 대해 그는 "꾸준히 몸관리 하면서 다른 것 안하고 휠체어농구만 생각하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덕"이라고 했다. "코웨이에 와서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한참 더해야 한다. 그래서 은퇴를 못한다"며 웃었다.

최고의 순간, 오랜 동료, 선배이자 스승인 고 한사현 감독을 떠올렸다. "(한)사현이형이 감독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했듯이 나도 선수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도록 힘 닿는 데까지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75% 성공률'의 기록지를 향했다. "와, 진짜 미쳤다. 하늘나라에서 사현이형이 이 기록을 보면 진짜 깜짝 놀랄 것같다"고 했다. 춘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