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FA 사령탑 최대어' 김기동 감독(51)이 'K리그 명문' 포항 스틸러스와 재계약했다.
김 감독은 10일 오전 구단이 제시한 3년 연장 계약서에 사인했다. 2019년 4월부터 포항 지휘봉을 잡았던 김 감독은 2025년까지 포항과 동행하게 됐다.
특히 역대 12명의 포항 사령탑 중 장수 감독 반열에 오르게 됐다. 4년 이상 팀을 이끌었던 포항 감독으로는 이회택(1987~1992년) 박성화(1996~2000년) 최순호(2000~2004년), 세르지오 파리아스(2005~2009년), 황선홍(2011~2015년)이 있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시장에 나왔다. 2020년 한 2년 연장 계약이 만료됐다. 포항은 시즌 내내 김 감독을 잔류시키려고 노력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세 차례 김 감독 및 대리인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다만 진통이 있었다. 타팀 러브콜 변수 속 김 감독의 마음 속 1순위는 포항이었다. 지난 10월 말 K리그 시상식 당시 그는 "당연히 1순위는 (포항과) 재계약이다. 신진호 신광훈 임상협 등 함께 고생한 선수들이 눈에 밝힌다. 팀에 남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바람도 곁들였다. "이제는 나 또한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난다. 우승 컵을 들어보고 싶다"던 김 감독은 "현재 상황에선 나도 FA 아닌가. 구단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성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즌이 끝난 뒤 김 감독의 행보는 고요했다. 가족과 2주간 제주도에서 머리를 식히며 자신이 걸어온 지난 2년을 뒤돌아봤다. 이후 이달 초부터 1차 동계훈련에 돌입한 김 감독은 포항과 3년 더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효율성 높은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구단 운영비가 적은 상황에서도 '성적 잘 내는 기술자'로 유명하다. 2019시즌 도중 포항 지휘봉을 잡은 뒤 강등권으로 추락해 있던 팀을 일으켜 세웠다. 부임 후 4연승을 달리는 등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로 4위를 차지하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2020시즌에는 3위에 올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확보했다. 당시 우승 감독을 제치고 K리그1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기도. 3위 팀 사령탑이 우승 팀 감독을 제친 건 김 감독이 최초였다. 지난해 팀을 ACL 결승까지 이끌었던 김 감독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스쿼드가 얇은 포항이 결승까지 진출했다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는 평가였다.
2022시즌에도 김 감독의 축구는 '용광로'였다. 좀처럼 식지 않았다. K리그1 3위로 내년 시즌 ACL행 티켓을 따냈다. 특히 리그에서 승점 60점(16승12무10패) 고지를 밟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항이 승점 60점 이상을 기록한 건 2015년 이후 7년 만이었다.
김 감독이 포항을 K리그 톱 클래스로 끌어올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승을 다투는 울산 현대, 전북 현대와 비교했을 때 포항에 주어진 환경은 비단 길이 아니었다. 매 시즌이 끝나면 주전 멤버 중 절반 이상이 이적과 군입대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가시밭길을 잘 다듬어 꽃길로 만들었다. 스쿼드 공백은 신광훈 신진호 김승대 같은 "경기력이 떨어졌다", "한 물 갔다"고 평가받던 베테랑들을 데려와 부활시켜 메웠다. 김 감독은 '밀당의 고수'답게 특유의 소통법으로 베테랑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재활공장장', 김 감독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