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는 8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내린 윈터미팅에서 단 한 명의 FA도 영입하지 못했다.
'못했다'가 아닌 '안했다'가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다저스는 애런 저지, 저스틴 벌랜더, 제이콥 디그롬, 잰더 보가츠 등 이번 윈터미팅서 대형 계약을 맺은 FA들과 관련해 유력 행선지로 거론됐으나, 실제 최종 영입전에서는 발을 뺐다. 특히 다저스 출신 유격수 트레이 터너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1년 3억달러에 계약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대체 유격수를 찾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와 흥행 1위, 수입 1위를 다투는 부자 구단의 행보 치고는 너무 의뭉스럽다. 이유가 있다. 내년 FA 시장에서 노리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다. 그를 염두에 두고 '실탄'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LA 타임스는 이날 '다저스의 이상한 오프시즌 전략은 한 명의 거대한 선수를 확보해야 그 의문이 해결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글을 쓴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다저스가 사치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페이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부할 수 없는 계약을 갑자기 실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내년 겨울 오타니가 FA가 되면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영입하면 선발진과 중심타선에 걸쳐 확실한 카드 두 장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인데,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돈에 관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다저스는 오타니의 몸값이 부담스러워 몸을 사릴 구단이 절대 아니다.
오타니는 사상 처음으로 5억달러 고지를 밟을 선수로 꼽힌다. 에르난데스 기자는 '저지와 터너는 피칭을 하지 못하고, 디그롬은 치지 못한다. 두 가지를 다 하는 오타니의 가치는 얼마일까'라며 '최근 대화를 나눈 구단 관계자들은 오타니가 4억달러 이상의 몸값에 계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이는 5억달러 벽도 깨트것 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저스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문제는 오타니가 다저스를 오고 싶어하느냐다. 돈은 둘째 문제다.
오타니는 지난달 발행된 일본 스포츠매거진 '넘버'와 인터뷰에서 "연봉이 높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팀은 제한돼 있다. 많은 경우에 고연봉을 원하는 선수는 사치세를 걱정하지 않는 팀으로 가게 돼 있다"고 밝혔다. 1년 뒤 자신에게 오퍼할 구단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인데, 다저스도 물론 포함된다.
오타니와 다저스의 인연은 사실 10여년 전까지 올라간다. 에르난데스 기자에 따르면 다저스는 오타니에 대해 두 번의 스카우트 시도를 했다. 한 번은 고교시절이고, 또 한 번은 2017년 11월 그가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공시됐을 때다. 특히 오타니가 이와테현 하나마키히가시 고등학교 재학 중 다저스는 계약 단계까지 갈 뻔했다고 한다.
이번 윈터미팅에 참석했던 한 유력 에이전트는 LA 타임스에 "다저스는 내 고객들에 관해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분명 오타니를 겨냥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FA 시장에서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세 번째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는 얘기다.
두 차례 다저스를 외면했던 오타니가 내년에는 달라질까. 에르난데스 기자는 '고교시절부터 오타니를 관찰해 온 한 스카우트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을 걸 하려는 게 오타니의 꿈'이라며 '오타니는 최근 수년 동안 투수와 타자 중 하나는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았음에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교 시절 은사인 사사키 히로시 코치는 오타니가 다저스 또는 양키스와는 계약하지 않고, 일본 선수들과 인연이 없는 팀을 고를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올시즌 중 "난 수입 극대화가 아닌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입성 시기를 맞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돈이 아닌 자신의 꿈, 즉 우승을 일굴 수 있는 팀을 고른다는 원칙에 비쳐봐도 다저스를 빼는 건 곤란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