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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주는" 공존교육 슈퍼맨,보라매초 교장쌤의 '초신박' 도슨트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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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북과 오디오 가이드, 이어폰 받아가세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초등학교에선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눈깜짝할새 학교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슈퍼맨 교장쌤'으로 유명한 김갑철 교장이 기획한 전시회 '공존, 또다른 학교의 변화'에 전국 교사 및 교육계 관계자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2019년 이 학교에 부임한 후 '어린이 존중, 어린이 사랑'이라는 '소파' 방정환의 정신을 기본 철학으로 내건 김 교장은 코로나에 몸도 맘도 지친 어린이들을 위해 '슈퍼맨' 복장을 하고 교문에서 아이들의 등교를 독려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슈퍼맨 복장을 한 김 교장이 환한 미소로 교사들을 맞았다. '깜짝 도슨트(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로 변신, 운동장, 강당, 체육관, 텃밭, 목공실, AR실, 교장실 등 전시관을 돌며 열정적인 '작품' 해설을 이어갔다. ▶본(本):문화예술교육 및 어린이존중, 어린이사랑 ▶활(活):건강체육교육 ▶생(生):생태전환교육 ▶작·본·식(作·本·食):창의융합메이커교육 ▶정(情):학생주도의 공존을 위한 마을나눔 및 세계시민 교육 ▶연(連):마을결합형 교육과정 ▶자(自):학급자율성을 보장한 학생맞춤형 프로젝트 학습 ▶간(間):변화를 위한 학교공간 재구성 등 8가지 테마로 구성된 전시관에서 프로그램북을 손에 든 교사들이 작품 감상 삼매경에 푹 빠졌다.

체육교사 시절부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로 '어린이가 행복한 체육시간'를 주도해온 김 교장의 꿈은 학교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날개를 달았다. '마을결합 중점학교' 비전 선포와 함께 '열린 학교'를 지향했다. 학교를 중심으로 소방서, 경찰서, 주민센터, 복지관, 시민활동가 등 지역 사회는 물론, 친환경 생태교육을 표방한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코리아, 한화 등 대기업,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한국청소년연맹, 굿네이버스 등 기관들이 연결됐다. '어린이 존중, 어린이 사랑'이라는 '슈퍼맨'의 진심을 온 마을이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코로나 시기, 발달장애인 체육대회를 위해 기꺼이 체육관도 개방했다. "학교장으로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가야할 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행사 이후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엔 복지관 전문가들이 발벗고 나섰다. "일단 도전해보자. 책임은 내가 진다"는 자세로 마을과 적극 공조했다. 지역 주민들과 학교 텃밭 수확물을 나누고, 가을이면 깍두기를 담가 이웃과 나눴다. 공존과 나눔의 꿈은 세계로 뻗어갔다. 한국청소년연맹 '희망사과나무'과 함께 필리핀 바세코 교육시설 건립 모금에 나섰고 2020~2022년 새 무려 2000만원이 모였다. 내년 1월, 필리핀에 4개의 '보라매 희망학교'가 건립된다. '슈퍼맨' 파워의 원천은 '연결'과 '협업'이다.

대다수 학교들의 고민인 좁은 운동장도 전문가와 협업해 해결했다. 도슨트 투어에서 "전세계 하나뿐인 세계 최초의 운동장"라는 자부심으로 소개한 바닥놀이터에 선생님들의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2020년 코로나로 운동량이 부족하고 비만율이 급증한 어린이들의 '건강권'을 위해 고안해낸 신박한 운동 코스다. 교문부터 시작해 건물 사이 틈새 공간을 활용한 17개 코스 '둘레길'에 무독소 페인트로 그려 만든 '알록달록' 바닥놀이터에서 걷기, 뛰기, 점프, 매달리기를 즐기다보면 기초체력이 절로 향상된다. 김 교장은 "'건강한 신체활동연구소'의 전문 연구원들이 유럽, 미국 등 선진국 학교에서 보고 배운 것을 연구하고, 학교현장에 처음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하면서 환경친화적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디자인, 무엇보다 운동효과에 집중해 만든 코스"라고 자부심을 전했다. "코로나 시기, 우리 아이들은 바닥놀이터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마음껏 뛰놀았다. 아침, 점심, 체육시간 '건강한 레이스 코스'만 돌아도 충분한 신체활동이 되더라. 아이들 스스로 게임도 만들어 즐기기도 했다. 공간이 부족해도 조금만 고민하고 전문가 집단과 적극 협업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기획한 '도슨트 투어'에 대해 "지난 4년 '마을 결합 중점학교'로 꾸준히 이어온 활동을 선후배 교사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교육 나눔'이다. 학교를 '오픈'하는 새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주서도 많은 교사들이 오셨다. 일본 등 외국서도 보고 가셨다. '슈퍼맨 교장' 리더십 연구도 하겠다더라"며 미소 지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슈퍼맨 리더십'이란 "무조건 섬기는 리더십"이다. "어린이를 섬기는 자세, 교육의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웃었다. 그의 교장실은 작디작다. 교장실 서랍장엔 아이들을 웃게 해줄 '슈퍼히어로' 소품과 40대 중반에 접어든 첫 제자들이 선물했다는 인형탈이 가득하다. 교장실 명패 어디에도 '교장' 타이틀은 없다. 평생 급훈이자 철학인 '배워서 남주자' 옆에 '김갑철' 이름 세 글자가 써 있을 뿐이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세상에서 '슈퍼맨 교장선생님'의 길은 희망이다. "나 혼자 잘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장점을 살려, 다같이 합쳐 100점이 목표"라는 그는 "'공존교육'이란 학교 안에서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그는 마을을 학교로, 학교를 마을로, 세상을 하나로 묶어내는 슈퍼맨 CEO다. "'꿈 너머 꿈을 품고 사는 삶'이 목표라는 그는 '희망 사다리' 교육, 스포츠캠프, 스내그골프 대회, 폐교 리모델링 등 무궁무진한 꿈을 별처럼 쏟아냈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모두가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내는 '슈퍼맨' 김갑철 교장이 머물 다음 학교의 바닥 그림이 자못 궁금해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