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학생=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인터뷰실에 늦게 들어가겠다."
경기 시작 전 전희철 서울 SK 감독은 "5할 승률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프로농구 경기 후 공식 인터뷰는 패장-승장의 순서로 진행되기 때문에 승리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지난 1라운드 동안 부진을 겪다가 부상 회복 최준용, 상무 제대 최성원이 복귀한 이후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SK.이날 올시즌 첫 팀 3연승을 노리는 전 감독 입장에서 근신의 미덕을 되새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분위기 좋다고 혹시 선수들 정신이 해이해질까 걱정이다. 제가 작전타임을 처음 부른다면 이때가 될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전 감독의 예언같은 바람은 맞아떨어졌다. SK는 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서 83대78로 승리했다.
이로써 올시즌 첫 3연승을 달린 SK는 5할 승률(9승9패)에 도달하며 창원 LG와 반 게임 차로 4위 도약도 바라 볼 상황이 됐다. 반면 삼성은 시즌 두 번째 3연패.
전형적인 '극과 극' 대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SK는 득점 1위, 삼성은 득점 최하위(평균 76.8실점). 속공에서도 SK 1위, 삼성 최하위로 대조를 이뤘다. 그나마 삼성은 낮은 득점력에도 최소 실점 1위로 짠물수비를 자랑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전반까지는 최소 득점의 삼성이 아니었다. 그래서 치열했다.
1쿼터 '장포'와 '단포'의 대결이 볼 만했다. SK 용병 자밀 워니가 첫 골을 포함, 4개 연속 덩크슛을 꽂아넣는, 보기 드문 쇼를 펼치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어 SK는 파울트러블에 일찍 걸린 삼성의 약점을 공략해 자유투로 득점력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삼성은 장포(중거리슛)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동혁이 1쿼터 종료 버저비터를 포함, 3점슛 3개를 몰아치며 SK를 계속 압박했다.
2쿼터 들어서도 이정현이 3점포 공략에 가세하며 삼성이 쿼터 초반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 역전을 만들었다. SK는 계속 고전했다. 확률낮은 외곽 플레이를 자제하는 대신 속공과 이지슛으로 풀어가려 했지만 삼성의 수비벽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43-44로 재역전을 하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쳤다.
한데 3쿼터 들어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이 스스로 복병을 만난 것. 그렇게 잘 들어가던 3점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수비하느라 장민국과 이원석이 파울트러블에 일찍 걸린 것도 문제였다. 마커스 데릭슨의 부상 이탈로 테리의 고군분투에 의존하는 삼성으로선 치명타였다.
그 사이 SK는 워니를 골밑 '돌격대장'으로 앞세운 뒤 특유의 속공 능력에 알토란 3점포까지 가미하며 역전에 이어 리드를 벌려나갔다. 3쿼터까지 28득점-9리바운드로 사실상 '더블더블'을 조기 달성한 워니의 위력 앞에 삼성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은 이원석이 4쿼터 종료 4분36초 전, 이원석이 부상으로 아웃되는 대형 악재를 만나며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잠실학생=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