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12명 중 9명 60대 이상…9일 '웃는 인생' 무대에 올려
(옥천=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팔순을 넘겨서야 젊었을 때 꿈꿨던 연극배우로 무대에 오르게 돼 설렙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극단 '향수'의 최고령 단원인 박효근(81) 전 충북 옥천문화원장의 말이다.
이 극단은 오는 9일 오후 7시 옥천군 옥천읍 관성회관에서 창단공연으로 연극 '웃는 인생'을 무대에 올린다.
단원 13명 가운데 박 전 원장을 비롯해 9명이 60대 이상의 시니어이다.
이들은 교사, 농민 등으로 평범하게 생활하다 극단에 가입하면서 배우로서 '인생 2막'을 펼치게 됐다.
이 극단은 뮤지컬과 영화 제작자, PD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서(58) 아리랑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2월 창단했다.
15년 전부터 서울을 오가며 옥천에서 생활하는 이 대표가 "옥천에도 연극 극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극단을 창단했다.
이 대표는 "창단 후 공연을 위해 지난 6월 단원 선발 광고를 했을 때 연기 경험이 전혀 없지만, 평소 배우를 해보고 싶었다는 시니어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단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어서 인생 2막을 주제로 한 창작 연극을 창단 공연 작품으로 올리기로 하고, 희곡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가정의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모델의 꿈을 포기하고 평생을 살아온 할아버지가 의상디자인과 대학생인 손녀의 도움으로 졸업작품전의 모델로 등장하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배우로 인생 2막을 시작한 단원들의 이야기를 대변한 작품이다.
단원들은 대본이 나온 지난 10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모여 창단 공연 준비를 했고, 최근에는 매일 3∼4시간씩 맹연습을 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대전 대덕대 평생교육 과정을 다닌 '시니어 모델' 11명도 특별 출연한다.
연극이 무대에 오르긴 하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연출, 분장, 무대, 조명 등 연극에 필요한 대부분을 이 대표의 지인들에게 '신세'졌다.
이 대표는 "앞으로 1년에 두 차례 이상 공연해 연극협회에 가입한 뒤 전국 연극제에 출전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옥천 출신인 정지용 시인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든다는 목표도 있다"고 밝혔다.
bw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