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0억원 삭감을 받아들인 추신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SSG 랜더스는 5일 "추신수와 연봉 17억원에 2023시즌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7억원은 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액의 연봉이지만, 추신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연봉이 10억원 깎인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2021시즌을 앞두고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SSG와 계약한 추신수는 그해 연봉 27억원, 올해 연봉 27억원을 받았다. 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연봉이 깎일 수밖에 없다. 일단 구단의 샐러리캡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 2023시즌부터 샐러리캡 도입이 확정된 후, SSG 구단은 이 부분을 감안해 선수들과의 계약에 적용했다.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도 2022시즌 연봉이 가장 많고, 2023시즌부터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다. 추신수 또한 연봉이 삭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논의는 필요했다. SSG 구단은 샐러리캡에 대비한 계산을 어느정도 마친 후 FA 흐름을 지켜봤다. 이태양은 떠났지만(한화 이적), 오태곤과의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신수를 먼저 만났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추신수도 샐러리캡과 관련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구단은 추신수에게 17억원에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고, 추신수는 미국으로 들어가 가족들과 최종 상의를 마친 후 결정을 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프로 선수에게, 그것도 '우승 프리미엄'이 있는 상황에서 '삭감'이라는 상징적 액션이 달가울리는 없었다. 다만 추신수는 이 자리에서 "삭감이냐 아니냐가 (중요하게)될 수는 있어도 금액 자체에 대해서는 큰 생각이 없다"며 "후배들이 (연봉 계약을)잘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SSG는 고액 연봉자가 많아 샐러리캡 여유가 거의 없는 구단이다. 추신수와 대화를 잘 마치고 나서야 오태곤과 FA 계약(4년 최대 18억원)을 할 수 있었다.
SSG는 추신수가 동갑내기 최고참 김강민과 더불어 선수단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주기를 계속 기대하고 있다. '우승의 한(恨)'을 푼 추신수도 개인 성적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40대 현역 선수'가 최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추신수가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연봉 계약서에 쓰여진 숫자 그 이상의 기대치가 그의 어깨에 실려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