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강산은 바뀌어도 아시아의 '여왕'은 바뀌지 않았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킴 라스무센 감독(50·덴마크)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4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제19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연장 접전 끝 34대29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7년 창설돼 2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에서 무려 16회 정상에 올랐다. 또한, 2012년 인도네시아 대회부터 6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자타공인 아시아 최강이다. 일본과의 격차도 39승1무5패로 벌렸다. 올해 열린 한-일전에서 3연승을 질주했다.
마지막 상대는 일본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이 속공을 앞세워 한국을 밀어 붙였다. 반면, 한국의 공격은 단조로웠다. 중앙을 파고들었지만 일본의 수비벽에 부딪쳤다. 한국은 전반을 10-16으로 크게 밀린 채 마감했다.
한국은 후반 대반격을 노렸다. 골키퍼 박새영이 연달아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이미경과 강경민이 상대 측면을 파고들어 점수를 올렸다. 한국은 후반 시작 10분여 만에 17-19로 점수 차를 좁혔다. 이후 두 팀은 팽팽한 시소 경기를 펼쳤다. 한국이 추격하면 일본이 도망가는 형국이었다. 한국은 후반 19분57초 작전 시간을 승부수를 띄웠다. 통했다. 한국은 후반 23분 11초 류은희의 득점으로 기어코 25-25 동점을 만들었다. 골키퍼 오사라는 연달아 선방쇼를 펼쳤다. 두 팀은 정규시간 27-27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뒷심에서 웃었다. 한국은 전반 1분 37초 류은희의 시원한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막강한 수비력까지 살아났다. 한국은 연장 전반을 30-28로 앞섰다. 운명이 걸린 마지막 5분이었다.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챙긴 한국은 세계 무대로 나간다. 이번 대회는 상위 5개팀 2023년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준다. 한국은 일찌감치 세계선수권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이란, 카자흐스탄이 출전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전통의 강호'다. 올림픽 무대에서 수확한 메달만 6개(금2, 은3, 동1)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 빠르게 발전하는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위용을 잃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8강에 올랐지만, 자력 진출은 아니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모든 팀들의 경기가 끝난 뒤에야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위기감을 느낀 한국은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변화의 돛을 올렸다. 라스무센 감독은 2010년 폴란드 국가대표팀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는 헝가리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다. 2016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팀을 맡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만들어냈다. 폴란드 대표팀 시절에는 2015년 세계선수권 4강 성적을 냈다. 2021년까지 몬테네그로 감독을 맡아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일단 선수들은 핸드볼코리아리그에 집중한다.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전지 훈련 등으로 세계선수권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