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신들린 교체카드'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전반 '도하의 비극'이 후반 '기적'으로 탈바꿈했다.
일본이 '죽음의 조'에서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2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도안 리츠와 다나카 아오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2대1로 역전승했다. 독일에 이어 스페인마저 무너뜨렸다.
일본은 독일과의 1차전에서 2대1로 역전승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0대1로 일격을 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하지만 스페인에 역전승하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일본은 승점 6점(2승1패)을 기록하며 스페인을 밀어내고 E조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이 코스타리카에 4대2로 승리하며 스페인과 승점 4점(1승1무1패)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골득실차에서 밀렸다. 스페인이 가까스로 2위를 차지했다.
4년 전 러시아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또 아시아 국가 월드컵 최다승인 7승도 기록하는 새 역사를 탄생시켰다. 일본은 16강에서 F조 2위 크로아티아를 만난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마치 그라운드의 풍운아였다. 또 변신했다. 코스타리카전의 선발 진용과 비교해 6명이나 바꿨다. 모리야스 감독은 2차전에서 5자리에 변화를 줬다. 시스템도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3-4-3, 수세시에는 5-4-1로 변모했다.
스리톱에는 구보 다케후사, 마에다 다이젠, 가마다 다이치가 포진한 가운데 2선에는 나가모토 유토, 다나카, 모리타 히데마사, 이토 준야가 섰다. 스리백에는 다니구치 쇼고, 요시다 마야, 이타쿠라 고, 골문은 곤다 슈이치가 지켰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선수는 나가토모, 요시다, 고, 곤다, 4명 뿐이었다.
'젊은' 스페인도 패할 경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4-3-3을 꺼내들며 신예를 대거 투입했다. 최전방에는 알바로 모라타, 니코 윌리엄스, 다니 올모가 배치됐다. 중원에는 가비와 페드리, 세르히오 부스케츠로 구성됐다. 포백에는 알레한드로 발데, 파우 토레스, 로드리,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위치했다. 골키퍼 장갑은 우나이 시몬이 꼈다.
스페인은 전반 초반부터 특유의 점유율 축구로 경기를 지배했다. 경기 시작 12분 만에 일본의 5백에 균열이 생겼다. 스페인의 첫 골이 터졌다. 아스필리쿠에타의 크로스를 모라타가 헤더로 연결했다.
리드를 잡은 스페인의 볼점유율은 80%를 상회할 절도로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후반을 염두에 둔 듯 서두르지 않았다. 전반 중반 이후 몇 차례 공세를 펼쳤지만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전반에만 경고 3장을 받았다.
모리야스 감독 후반 시작과 함께 도안과 미토마 가우루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스페인도 아스필리쿠에타 대신 다니엘 카르바할를 투입했다.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신들린 교체가 독일전에 이어 또 다시 빛을 발했다. 후반 3분 만에 교체카드 도안이 발데의 실수를 틈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분 뒤 순식간에 역전골도 터졌다. 미토마가 가까스로 살린 볼을 다나카가 해결했다. 주심은 골라인 아웃을 선언했지만 VAR(비디오판독) 결과, 득점으로 인정됐다. 육안으로는 아웃인 듯 보였지만 칩이 볼에 내장된 과학의 판단은 달랐다.
갈 길이 바빠진 스페인은 후반 12분 마르코 아센시오, 페란 토레스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스페인은 전열 재정비에 실패했다. 후반 23분에는 조르디 알바와 안수 파티를 투입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일본은 곧바로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수혈하며 문을 잠궜다.
일본이 호주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두 번째로 16강에 올랐다. 이제 대한민국이 남았다. 벤투호는 3일 0시 포르투갈과 H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