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야수들이 중심인 FA 시장. 투수 FA, 그것도 타팀 이적은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다. 그 드문 성공 사례 중 한명이 바로 차우찬이다. 하지만 그 역시 영광의 시간을 뒤로 하고, 방출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서의 이적.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역대 투수 FA가 타팀으로 이적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 그것도 '대박' 계약을 하고 성적이 좋았던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만큼 구단들은 FA 투수들에게 거액을 투자하는데 부담을 느낀다. FA 자격을 얻기까지 이미 전성기를 넘기는 경우도 많고, 혹사나 관리 미흡으로 몸 상태를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차우찬과 장원준이 유일한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의 성공도 '롱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적 직후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3년, 4년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은 탈이 나고 말았다.
차우찬은 2017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었던 그는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LG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95억원(계약금 55억원, 연봉 10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이적 첫 시즌인 2017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하지만 2020시즌부터 내리막이었다. 부상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차우찬은 첫 FA 계약 4시즌이 지난 후, 두번째 FA를 선언했다. LG에 잔류하면서 2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는데 20억원 중 14억원이 인센티브다. 어깨 통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안전장치를 걸어둔 셈이고, 차우찬 입장에서는 첫 계약과는 정 반대의 두번째 계약이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 대표팀으로 참가한 후 어깨 부상이 악화됐다. 올림픽 이후로는 LG 유니폼을 입고 1군에서 1경기도 뛰지 못했고, 그해 9월 미국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이후 다시 1년. LG는 이달초 차우찬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한때는 팀의 '에이스' 투수였지만, 오랜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기간이 더 길었다. 구단도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대로 차우찬의 선수 생활이 끝나는듯 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손을 내밀었다. 롯데는 1일 차우찬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연봉은 5000만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다. 5000만원은 사실상 1군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저 연봉에 가깝다. FA 대박에 대한 잔상은 잊고, 마지막 기회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차우찬이다. 재활 기간이 길었지만, 어깨 수술을 한 투수는 사실상 선수 생명이 즉시 끝난다는 편견과 달리 차우찬의 상태는 그래도 긍정적이라는 주위의 평가가 있다. 그에게 다시 기적이 찾아올까. 롤러코스터 같은 야구 인생에 새 챕터가 열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