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6강행 드라마의 대전제 조건은 '포르투갈전 승리'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기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만약 포르투갈을 잡는 기적이 연출되더라도, 다른 조건이 더 충족돼야 한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지지 않아야 한다. 우루과이와 가나는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펼쳐지는 3일 오전 0시(한국시각)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패할 경우, 가나가 16강에 오르게 된다. 우루과이가 이기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고, 비긴다면 골득실, 다득점을 따져 상황을 봐야 한다. 우리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루과이도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우루과이의 경기력이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우루과이는 개막 전만 하더라도, 이번 대회 다크호스 중 하나로 꼽혔다. 다윈 누녜스(리버풀),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등 젊은 재능들을 중심으로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아메리카),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 디에고 고딘(벨레스) 등 베테랑들이 요소요소에 자리한,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진 팀이라는 평가였다. '젊은 명장' 디에고 알론소 감독의 지도력도 우루과이 선전을 기대케 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한국과의 1차전에서도 고전 끝에 0대0으로 비겼고,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서는 0대2 완패를 당했다. 누녜스는 첫 월드컵에서 죽을 쓰고 있고, 수아레스와 카바니는 확실히 전성기에서 내려온 모습이었다. 우루과이의 믿을맨이었던 발베르데-벤탄쿠르 중원 조합도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에서 아직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고딘이 분전했지만, 수비에서도 특유의 끈적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전술로 우루과이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알론소 감독은 한국전에서 주력인 4-4-2 대신 4-3-3으로 나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데 이어, 포르투갈전에서는 생소한 3-5-2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대실패로 귀결됐다. 우루과이 현지에서는 알론소 감독의 전술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나와의 경기도 쉽지 않다. 가나는 2010년 남아공 대회 8강 당시 패배의 설욕을 노리고 있다. 승리했더라면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연장 후반 헤더 슈팅이 수아레스의 '신의 손'에 막힌게 결정적이었다. 가나는 기안 아사모아의 페널티킥이 들어가지 않으며, 승부차기까지 갔고, 결국 패배까지 이어졌다. 가나는 이번 대회 들어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이다.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가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의 리더십도 눈에 띈다.
알론소 감독은 "포르투갈전 후반전은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볼을 소유하고 플레이한다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플라멩구)가 좋은 컨디션을 보였고, 수비진에도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가 복귀할 가능성이 큰만큼, 우루과이 역시 반등의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다. 그게 가나전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알론소 감독은 "가나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한국 팬들의 바람 역시 마찬가지다.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